금성의 구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주는 증거가 포착됐다. 금성은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로 인한 높은 압력과 온실 효과로 인해 표면 온도가 수백 도에 이르는 ‘압력솥’ 같은 환경이지만, 혹독한 환경의 표면과 달리 수십 ㎞ 위 구름에서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돼왔다.
영국 카디프대 제인 그리브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1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하와이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전파망원경과 칠레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집합체 전파망원경으로 금성의 표면 50~60km 상공 대기에서 수소화인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수소화인은 인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물질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늪처럼 산소가 희박한 곳에 사는 미생물이 만드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이번에 금성 표면 53km 상공의 구름에서 공기 분자 10억 개 중에서 20개 정도의 수소화인을 포착했다. 연구진은 “산성 용액으로 가득한 금성의 구름에서 그 정도라면 적지 않는 양”이라며 “금성에서도 구름에 있는 미생물이 수소화인을 생성했을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금성의 대기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왔다. 금성 표면은 대기압이 지구의 95배나 되고 온도가 최대 섭씨 477도나 되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기 어렵지만 표면 50km 위는 기압과 온도가 지구와 비슷해 생명체가 존재할 정도의 환경으로 알려졌다.
인류는 우주 개발 초기부터 금성을 탐사해 왔다. 1961년 구소련의 금성 탐사선 베네라 1호를 시작으로 소련은 베네라 시리즈, 미국은 마리너 시리즈를 금성으로 쏘아 금성의 대기와 표면을 탐사했다. 최근에는 유럽우주국(ESA)의 비너스 익스프레스가 2006년 금성 궤도에 진입해 2014년까지 금성을 탐사했고, 현재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아카쓰키가 2015년 12월부터 금성 궤도를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