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중력을 가진 블랙홀로 주변의 모든 물질이 빨려 들어간다. 이 물질들은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과 부딪히면서 소용돌이 모양의 빛을 낸다<사진>. 국제 공동 연구진이 블랙홀이 자기장으로 요동치는 현상을 처음으로 관측했다.
EHT(사건지평선망원경) 국제 공동 연구진은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의 가장자리에서 강한 자기장의 증거인 편광을 관측했다”고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에 지난 24일 발표했다. 편광은 특정한 방향으로만 진동하며 나아가는 빛이다.
앞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65기관 300여 연구자들이 참여한 EHT 연구진은 2019년 4월 10일 5500만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M87 중심부의 블랙홀 이미지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연구로 이 블랙홀의 모습이 더 자세히 드러났다.
블랙홀은 주변에서 물질을 끌어들이면서 막대한 에너지도 방출한다. 블랙홀로 유입된 물질의 일부는 방출되고 일부는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블랙홀의 중력에 포획되기 직전에 빠져나가는 물질은 에너지를 양쪽 방향으로 강력하게 뿜어내는 제트의 형태로 우주로 멀리 날아간다. 하지만 어떻게 블랙홀 주변에서 물질이 유입되고 방출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편광 관측을 통해 물질의 유입과 방출에 자기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편광 관측은 물질이 자기장과 충돌하면서 내는 빛을 포착한다. 이를 통해 물질의 유입량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영상을 통해 자기장의 세기를 분석한 결과 블랙홀 주변에 예상보다 훨씬 강한 자기장이 존재함을 알아냈다. 자기장 구조를 통해 블랙홀 바로 바깥에서 물질의 유입과 방출이 일어나는 영역을 최초로 상세히 확인한 것이다.
EHT 이론연구그룹 연구책임자인 미국 콜로라도 볼더 대학교 제이슨 덱스터 교수는 “이번 영상을 통해 M87 블랙홀 주변부의 강력한 자기장이 어떻게 초대질량블랙홀과 제트의 형성에 기여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M87 블랙홀 주변의 뜨거운 가스 일부는 가장자리의 강한 자기장의 압력으로 블랙홀 중심의 강한 중력에너지를 이기고 밖으로 밀려 멀리 제트의 형태로 날아가고, 나머지 일부는 자기장에 끌려 블랙홀의 경계 지대인 사건의 지평선으로 나선운동하며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대만 타이베이 천체물리연구원의 박종호 박사는 “향후 EHT 관측이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 구조를 더 정확하게 드러내고 블랙홀 주변 물질의 특성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