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헬기가 찍은 로버./NASA

화성 하늘로 날아오른 헬리콥터가 지상에 있는 로버(이동형 탐사 로봇)를 촬영했다. 지금까지는 로버가 헬기의 비행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지난 27일 초소형 무인(無人) 헬리콥터인 ‘인저뉴어티(Ingenuity·독창성)가 3차 비행 시험 과정에서 지상의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인내)’ 로버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큰 사진 왼쪽 상단 귀퉁이에 로버가 보인다. 가운데는 확대 사진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27일 초소형 무인(無人) 헬리콥터인 ‘인저뉴어티(Ingenuity·독창성)'의 3차 비행 영상을 공개했다.인저뉴어티는 5미터 상공으로 올라가 수평으로 50미터를 갔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며왕복 100미터를 비행했고 ,비행시간은 80초였다./NASA

◇5m 상공서 100m 수평 이동

무게 1톤의 퍼서비어런스 로버는 헬기의 무선 기지국 역할을 하고 있다. 헬기가 지상을 찍은 사진은 로버와 화성 궤도의 우주선을 거쳐 지구로 전송된다.

인저뉴어티는 지난 25일 3차 비행 시험에서 로버로부터 85m 떨어진 위치에서 5m 상공으로 올라가 수평으로 50m를 이동한 후 이륙 지점으로 돌아왔다. 왕복 거리는 100m였다. 비행 시간은 80초였다.

앞서 인저뉴어티는 지난 19일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각, 화성 시간 오후 12시 30분) 화성에서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당시 40초 동안 3m까지 상승했다가 내려왔다. 22일 2차 비행에서는 52초 동안 5m 높이까지 올라가 잠시 호버링(제자리 비행)한 뒤, 동체를 5도 각도로 기울여 2m 옆으로 움직였다.

나사는 앞으로 두 번의 비행 시험을 더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에는 다른 비행장 착륙, 장거리 이동 후 복귀 등 다양한 비행이 준비돼 있다.

헬기가 찍은 화성 로버(왼쪽)와 지난 2월 18일 착륙 지점(오른쪽)./NASA

◇라이트 형제의 비행과 같은 성과

화성에서 헬기가 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헬기는 날개 주변으로 공기가 빠르게 흘러가야 공중으로 기체를 띄우는 양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화성 대기는 지구의 1%에 불과해 그런 힘을 만들지 못한다. 나사 과학자들은 날개의 회전 속도를 높여 희박한 공기의 한계를 극복했다. 인저뉴어티는 날개 두 개를 반대 방향으로 1분에 2500번씩 회전할 수 있다. 이는 지구의 헬리콥터보다 5~6배나 빠른 속도이다.

무인 헬기 인저뉴어티의 화성 비행

나사는 인저뉴어티가 첫 비행에 성공한 곳을 ‘라이트 형제 비행장’이라고 명명했다. 1세기 전인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단 12초의 첫 동력 비행으로 인류 역사를 바꾼 것처럼, 이번 화성 비행이 지구가 아닌 곳에서 처음으로 인류가 만든 동력 비행체가 하늘을 나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나사는 화성 비행 성공 기원을 담아 라이트 형제가 첫 비행을 한 플라이어 1호기에서 우표만 한 크기의 천 조각을 떼서 인저뉴어티에 부착했다.

◇5월 중국 로버도 화성 도착

한편 다음 달 화성에 새로운 탐사 로버가 도착한다. 중국국가항천국(CNSA)이 지난 24일 다음 달 화성에 착륙해 활동할 화성 탐사 로버의 이름을 ‘주룽(祝融·축융)’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축융은 중국 고대 신화에 나오는 ‘불의 신’이다.

CNSA는 지난 2월 말까지 로버 이름 공모전을 진행하고 인터넷 투표를 통해 가장 표를 많이 받은 ‘주룽’으로 최종 결정했다. 주룽은 6개의 바퀴가 달린 로버로 높이 1.85m, 무게는 240㎏에 달한다.

중국 화성 탐사선 텐원 1호는 화성 주위를 도는 궤도선과 지상의 착륙선, 로버로 구성된다. 다음 달 착륙선과 로버 주룽이 화성 표면에 도착하면 중국은 화성에서 궤도선과 착륙선, 로버를 동시에 운용하는 첫 국가가 된다./Nature

CNSA는 성명을 통해 “불은 인류의 조상들에게 따뜻함과 빛을 가져 왔으며, 인류 문명을 비췄다”며 “중국 최초의 화성 탐사 로버의 이름을 ‘불의 신’으로 이름 붙이는 것은 중국의 행성 탐사에 불을 붙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화성 탐사선 ‘톈원(天問)’ 1호는 작년 7월에 발사돼 지난 2월 10일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텐원 1호는 화성 주위를 도는 궤도선과 착륙선, 탐사 로버로 이뤄져 있다. 중국이 오는 5월 착륙선과 로버까지 화성 표면에 내려놓으면 화성에서 궤도선과 착륙선, 로버를 동시에 운용하는 첫 국가가 된다. 화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국가로는 미국·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