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흰색)에 감염된 장 오가노이드. 과학자들은 미니 장기인 오가노이드로 코로나 감염경로와 치료방법을 찾고 있다./네덜란드 휘브레흐트 연구소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소의 사샤 멘드잔 박사 연구진은 지난달 20일 국제 학술지 ‘셀’에 세계 최초로 심장 오가노이드를 배양했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는 참깨만 한 크기의 미니 장기(臟器)다. 그러자 바로 해외 코로나 연구자들의 시료 요청이 잇따랐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장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인체와 가장 비슷한 오가노이드로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연구 전쟁에서 미니 장기들이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네이처에 따르면 폐포(허파꽈리) 오가노이드 실험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호흡기로 침투하는지 밝혀냈으며, 장 오가노이드는 코로나 환자의 소화기관 이상의 원인을 알려줬다. 편도선 오가노이드는 코로나 치료제가 면역체계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보여줬다.

/그래픽=양인성

◇치명적 바이러스를 인간 대신 시험

바이러스는 배양하기 어렵다. 숙주세포 안에서만 증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지난 60여 년간 베로 세포라고 불리는 원숭이 신장 암세포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했다. 하지만 동물 세포는 인체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사람 암세포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정상 세포에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과정은 알 수 없다. 사람 장기의 축소판인 오가노이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011년 미국 베일러 의대 연구진은 사람 장 오가노이드로 식중독의 원인인 노로 바이러스를 처음으로 배양했다. 이어 폐 오가노이드로 독감 바이러스도 배양했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뇌 오가노이드는 실제 환자처럼 크기가 40% 줄었다. 오가노이드가 질병 연구에서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이 일어나자 과학자들은 바로 오가노이드에 눈을 돌렸다. 지난해 3월 네덜란드 휘브레흐트 연구소는 사이언스에 처음으로 장 오가노이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배양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로 코로나에 걸리면 소화 이상과 설사, 구토가 발생하는 이유가 드러났다. 바이러스가 호흡기뿐 아니라 소화기관에도 감염되기 때문이었다. 이후 신장, 간, 뇌 등 다양한 장기 오가노이드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인체 거의 모든 장기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는다는 사실이 정설이 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폐포 오가노이드 실험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뿐 아니라 곤봉세포에도 결합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곤봉세포는 바이러스의 복제를 돕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이스트 주영석 교수는 지난해 10월 기초과학연구원,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폐포 오가노이드 실험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 3일이 지나야 선천성 면역반응이 활성화되는 것을 밝혔다. 그전에 폐포 세포는 4분의 1이 죽었다.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병원 연구진은 장 오가노이드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강한 것은 감염 후기에 바이러스양이 많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임상시험 비용, 시간 절약 기대

최근에는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의 효능을 시험하는 연구가 늘었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은 원숭이 신장세포 실험에서는 치료 효과를 보여 한때 코로나 특효약으로 불렸다. 하지만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서는 실패했다. 네덜란드 연구진은 장 오가노이드로 말라리아 치료제가 바이러스 차단에 효과가 없음을 다시 확인했다. 오가노이드로 먼저 실험했다면 임상시험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무엇보다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클로로퀸 광풍은 불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웨일 코넬 의대 연구진은 장과 폐 오가노이드에 1000여 종의 치료제를 실험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 치료제로 승인한 렘데시비르를 비롯해 7종이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캐나다 과학자들은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편도선으로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백신 효능을 알아보고 있다.

아직 오가노이드는 인체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질병 연구에 핵심인 면역계와 혈관계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간 오가노이드에 혈관이 연결돼 향후 명실상부한 미니 인간으로 코로나 치료제를 시험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주영석 교수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오가노이드를 인간 세포와 바이러스 간 상호작용을 연구하기에 좋은 모델로 본다”며 “다음에 다시 감염병 대유행이 찾아오면 오가노이드로 더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