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코로나는 이전 변이 바이러스들에서 인체의 면역체계를 무너뜨린 핵심 돌연변이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오미크론은 인체의 조기경보체계를 마비시킨 주력 무기에 세포 침투를 용이하게 만든 신무기까지 추가해 인체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변이 코로나의 주력무기를 무력화시킬 신약 개발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의 니번 크로건 교수 연구진은 “영국 발(發) 알파 코로나 변이에서 ORF9b란 바이러스 단백질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체의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 돌연변이는 델타 변이와 이번 오미크론 변이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고 2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면역반응 일으키는 신호물질 차단
오미크론은 50개 이상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겼는데 이 중 32개는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결합하는 열쇠 격인 스파이크(돌기) 유전자에서 발생했다. 델타 변이보다 두 배나 많다. 항체는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에 결합해 감염을 막는다. 이곳에 돌연변이가 많이 생기면 그만큼 항체 공격을 잘 피할 수 있다.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연구진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나머지 20여 가지 다른 돌연변이에 주목했다.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의 매튜 프리먼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에 “스파이크 이외의 돌연변이는 바이러스 복제와 질병 증상을 유발하는 데 스파이크만큼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 중 핵심이 바로 ORF9b 유전자의 돌연변이였다. 최근까지 코로나의 주력이었던 델타 변이나 이번 오미크론 변이 모두 같은 위치에서 돌연변이를 공유하고 있었다. 크로건 교수는 “지금은 아무도 알파 변이를 신경 쓰지 않지만 이제는 달라야 한다”며 “알파에 생긴 돌연변이가 델타와 오미크론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크로건 교수는 지난해 7월 네이처에 ORF9b 단백질이 인체 단백질인 Tom70에 결합해 선천성 면역반응을 억제한다고 발표했다. 세포가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RNA(리보핵산)을 감지하면 Tom70 단백질이 경고신호를 전달한다. 이러면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신호물질인 인터페론이 분비된다.
연구진은 이번에 알파 변이 바이러스에서 안쪽 뉴클레오캡시드에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ORF9b 단백질을 전보다 더 많이 만들도록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뉴클레오캡시드는 유전물질인 RNA와 이를 감싼 단백질의 복합체이다.
실험실에서 알파 변이 바이러스를 사람의 기도 세포에 주입하자 해당 단백질이 이전 바이러스 감염 때보다 훨씬 증가했다. ORF9b 단백질만 추가해도 허파 세포의 인터페론 생산이 급격히 감소했다. 인체의 조기경보체계가 무너진 것이다.
◇모든 변이 막아낼 신약 개발도 가능
앞서 연구진은 알파 변이에서 델타, 오미크론으로 이어져온 ORF9b 돌연변이를 차단할 방법도 찾았다. 지난해 8월 국제 학술지 셀에 인체 세포는 인산염을 바이러스의 ORF9b 단백질에 결합시켜 막아낸다고 밝혔다. 이어 10월에는 사이언스에 인산염이 정확한 위치에 달라붙으면 이 단백질이 인체의 Tom70에 결합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연구진은 알파 변이 바이러스의 ORF9b에 인산염이 결합한 것과 같은 형태의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예상대로 ORF9b가 인체의 파트너인 Tom70에 결합하지 못하고 면역 신호물질인 인터페론 생산이 회복됐다. 인산염만 추가해도 같은 효과를 보였다.
이번 결과는 모든 변이 코로나를 막을 신약 개발의 단서가 될 수 있다. 크로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의 ORF9b에 인산염을 추가하거나 아니면 이 단백질이 인체의 Tom70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막는 신약이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런 물질을 찾는 연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