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이탈리아 귀족의 담석에서 대장균이 발견됐다.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

16세기 이탈리아 귀족의 담석에서 당시 인간에게 감염됐던 대장균이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게놈(유전체)을 분석하면 인류를 괴롭혀온 대장균이 지난 400여 년 동안 어떻게 진화했는지 밝힐 수 있다고 본다.

캐나다 맥매스터대의 헨드릭 포이나르 교수와 프랑스 디드로대의 에릭 데나무 교수 공동 연구진은 “16세기 미라의 담석에서 나온 대장균의 게놈을 재구성해 언제 약물에 내성을 가지게 됐는지 정확히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에 지난 16일 밝혔다.

연구진은 1983년 나폴리의 성(聖) 도메니코 마조레 성당에서 발견된 유해를 분석했다. 그는 1586년 48세에 사망한 귀족 조반니 다발로스였다. 연구진이 처음 유해를 조사했을 때는 대장균에 감염됐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대장균은 천연두 같은 질병처럼 외형으로 나타나는 뚜렷한 감염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몸 안쪽을 살폈다. 대장균은 쓸개에 감염돼 담석을 만들거나 식중독, 설사, 요로 감염,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다발로스는 담석으로 인한 만성 담낭 염증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담석 조각에서 발견된 대장균을 분리해 대장균의 게놈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대장균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대장균은 대부분 해가 없지만 일부 균주는 치명적 식중독을 일으킨다. 심지어 내성이 강해 ‘수퍼 버그’라 불리며 치료가 어려운 균주도 있다. 연구진은 “대장균은 토양뿐 아니라 우리 장 속에 있다”면서 “수백년 전의 균주는 대장균 연구의 비교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