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바다 깊은 곳에서 다양한 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비결이 코 안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오르후스대와 남덴마크대 등 공동 연구진은 이빨고래로 분류되는 돌고래와 향유고래 등이 1000m 심해에서 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것은 비강(鼻腔)의 기관이 아주 적은 공기로도 발성할 수 있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라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이달초 밝혔다.
이빨고래는 자기가 낸 소리가 물체에 부딪혔다가 돌아오는 반사파를 감지해 위치를 파악하는 반향정위(反響定位·echolocation)로 먹이를 찾아낸다. 이때 수심 1000m 심해에서는 압력이 매우 높아 폐의 공기가 해수면의 1%에 불과한데 어떻게 큰 소리를 낼 수 있는지가 연구의 관건이었다. 연구진은 훈련된 돌고래 비강에 내시경을 삽입해 고속 영상을 촬영한 것을 비롯해 야생 향유고래에 기기를 부착해 소리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이를 통한 분석 결과, 사람의 입술을 닮아 ‘포닉 립스(phonic lips)’로 불리는 기관이 아주 적은 공기로도 진동을 일으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에 빗대자면 낮은 목소리, 대화할 때의 보통 목소리, 가성에 가까운 소리 등 세 가지 종류의 소리로 이빨고래가 먹이를 찾아내거나 동료와 소통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향유고래가 바다 깊은 곳에서 내는 소리는 제트 엔진(140dB·이륙할 때)보다 큰 180~230데시벨(dB)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