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팀이 AI를 활용해 손가락 지문마다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까지는 한 사람의 각 손가락 지문이 모두 다르다고 알려져 왔다./연구팀 제공

인공지능(AI)을 통해 같은 사람의 서로 다른 손가락 지문끼리도 유사한 면을 찾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의 각 손가락마다 지문이 다르다는 기존 포렌식 법칙을 AI가 무너뜨린 것이다.

미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같은 사람의 서로 다른 손가락 지문인 ‘사람 내 지문’에서도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사람 내 지문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범죄자가 각각의 사건 현장에 서로 다른 손가락 지문을 남기면 같은 사람이 저지른 일이란 것을 유추하기 어려웠다. 연구 결과는 1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미 정부의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지문 6만 여개를 모은 뒤, AI에 두개 씩 묶어 학습시켰다. 일부 데이터는 같은 사람의 서로 다른 지문이었고, 또 다른 데이터는 아예 다른 사람의 지문이 함께 묶였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겉보기에는 서로 다른 지문이지만 같은 사람의 것이라고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지문의 주인을 유추할 수 있는 정확도가 77%에 달했으며 지문 여러 쌍을 제시했을 때 정확도가 더 높아졌다.

연구팀은 처음에는 이러한 내용의 연구 결과를 포렌식 저널로 보냈지만 거부 당했다. 편집자가 “지문이 같은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라도 손가락이 다르면 유사성을 감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연구팀은 포기하지 않고 AI에게 더 많은 데이터를 넣어 시스템을 개선했다. 연구팀은 “보통은 이렇게까지 하지 않지만 이 발견이 너무 중요해서 무시할 수 없었다”면서 “정확성이 높아진다면 유죄를 선고 받은 사람들이 무죄를 받거나 드러나지 않았던 범죄 사건들이 다시 드러날지 모른다”고 했다.

연구팀은 AI가 기존 포렌식 방식과 다르게 지문을 인식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전통적인 지문 비교는 지문 능선의 분기점과 끝점을 비교하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AI는 지문 중앙의 소용돌이와 곡률의 각도 등을 비교한 것이다. 연구팀은 “단순한 AI라도 수십 년 동안 전문가가 발견하지 못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