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탄 남성의 앞에 체스 게임이 켜진 컴퓨터 화면이 놓여 있다. 남성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모니터 속 커서를 움직여 체스 게임을 이어갔다. 남성은 “마치 스타워즈의 포스(Force·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일(현지 시각) 공개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공개한 첫 번째 임상 실험자의 영상에 담긴 내용이다. 뉴럴링크는 뇌에 칩을 심어 무선으로 컴퓨터와 연결하는 BCI 기술을 상용화하려는 기업이다. 이날 뉴럴링크 측은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약 10분간 실시간 영상으로 첫 번째 임상 실험자 놀런드 아바우(29)가 체스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아바우는 자신이 8년 전 다이빙 사고로 전신이 마비됐다고 밝혔다. 이어진 실험을 통해 생각만으로 컴퓨터 마우스를 자유자재로 옮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이런 게임을 하는 것을 포기했었다”며 “(뉴럴링크가) 이미 내 삶을 바꿔놨다”고 했다.
아바우는 뉴럴링크 시술이 ‘매우 쉬웠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 수술 후 병원에서 하루 만에 퇴원했다”며 “아직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들이 남아있다”고 했다. 영상 속에서 그는 이런 과정을 온라인 체스를 두면서 설명했다. 멀티 태스킹이 가능함을 증명한 것이다.
뉴럴링크는 생각만으로 의사 소통하고, 컴퓨터를 조작하도록 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머스크는 궁극적으로 인공지능과 인간의 뇌를 연결해 인간 뇌의 한계를 극복하는 초지능(수퍼 인텔리전스)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에 구현한 BCI로 컴퓨터를 조작하고 체스 게임을 두는 것은 난도가 높은 기술은 아니다. 이런 기능은 이미 2004년 최초로 두뇌에 칩을 이식한 BCI가 성공했을 때도 가능했다. 다만 뉴럴링크는 데이터를 무선으로 송신해 거대한 컴퓨터와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도 되는 점이 특징이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어 9월 첫 임상 참가자를 모집했다.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보이고 있지만 뉴럴링크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FDA는 머스크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미 캘리포니아 동물 연구 시설에서 진행됐던 동물실험에서 다수의 문제를 발견했다. 업계에서는 성과를 빠르게 내려고 안전 절차는 무시하는 ‘머스크식 경영’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