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특허 기간이 끝나면서 복제약(바이오시밀러)들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오리지널약을 보유한 미국 제약사 애브비는 의약품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다.
6일 애브비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늘어 144억 6200만달러(약19조 8606억원)를 기록했다. 회사의 핵심 제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2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8%나 준 것에 비하면 예상 밖 성과다. 특허 만료된 약을 이어 대형 신약을 잇따라 출시한 덕분이다.
애브비는 휴미라를 이어 차세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카이리치(리산키주맙)’로 큰 성과를 보였다. 스카이리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8% 증가한 27억달러로 휴미라 2분기 매출액(28억달러)에 근접했다. 스카이리치는 적응증을 계속 추가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고, 휴미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도 여전히 80%대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시장에서 오리지널약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게 만만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20년 누적 매출 300조원 휴미라 매출 감소세
애브비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휴미라는 2003년 출시부터 2022년까지 누적 매출액은 2190억달러(약 300조 4242억원)에 이른다. 단연 세계 누적 매출 1위 의약품이다. 휴미라는 염증을 촉발하는 분자인 종양괴사인자(TNF-α)를 억제시켜 류마티스관절염,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건선 등을 치료한다.
휴미라 특허가 만료되자 지난해 1월부터 미국 시장에 바이오시밀러가 잇따라 출시됐다. 현재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로 시장에 나온 제품만 9가지다. 휴미라 매출은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나온 지난해부터 꺾여 감소세다. 애브비에 따르면 휴미라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44억 400만달러(약 19조 7694억원)로, 전년 대비 32.2%나 줄었다.
하지만 휴미라의 매출 하락에도 애브비 주가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이틀간 5%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휴미라 후속작인 스카이리치의 실적 성장이 두드러진 결과이다.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린보크(유파다시티닙)’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5.8% 늘어 14억 3000만달러(약 1조 9656억원)를 기록했다. 회사는 건선· 궤양성대장염 영역에서 스카이리치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염증성 장질환 분야에서 린보크 수요가 늘었다고 했다.
두 제품 모두 애브비가 휴미라의 특허 만료에 대비해 2019년 시장에 출시했다. 시장에선 애브비가 두 제품을 통해 실적 감소 위기 국면 전환에 성공하며, 휴미라 출구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스카이리치와 린보크 모두 치료 범위를 확장 중이다. 스카이리치는 2분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중증 활동성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로 승인받았다. 린보크는 거대세포동맥염 적응증 추가를 위해 미국과 유럽에 신청서를 제출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두 제품은 모두 염증성장질환 영역에 쓰이나 처방 영역이 달라 서로 잠식하지는 않는다. 로버트 마이클 애브비 최고경영자(CEO)는 “2027년까지 린보크와 스카이리치 매출은 총 270억달러(약 37조 1142억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바이오시밀러, 작은 파이 두고 경쟁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애브비 휴미라의 매출 하락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들이 온전히 흡수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암젠의 암제비타를 시작으로 미국 시장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잇달아 출시됐는데, 지난해 12월 기준 이 바이오시밀러들의 시장 점유율은 단 2%에 그쳤다. 제품별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 0.8%가 1위였고, 암젠의 ‘암제비타’ 0.7%, 산도스의 ‘하이리모즈’ 0.3% 순이었다.
휴미라 시장 점유율은 작년 말 98% 수준에서 올해 5월말 기준 82%로 떨어졌다. 그 사이 산도스의 하이리모즈 점유율이 13%로 확대되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그 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2%), 미국 암젠의 암제비타(1%)가 차지했다. 그 외 6개사가 모두 합해 2%를 나눠 가졌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단숨에 휴미라의 벽을 무너뜨리지는 못한 것이다. 애브비의 방어 전략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휴미라의 주요 미국 특허는 2016년 만료됐다. 하지만 애브비는 130건에 달하는 특허를 앞세워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2023년까지 늦췄다. 애브비는 시간을 벌면서 새로운 오리지널 의약품을 내놨다. 덕분에 휴미라 점유율이 떨어져도 실적을 만회할 수 있었다.
그사이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후발주자까지 늘어나 생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가격 출혈 경쟁까지 벌였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전쟁 중인데 애브비는 새로운 오리지널약으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격”이라며 “산도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바이오시밀러 업체로선 미국 시장을 더욱 빠르게 침투해 점유율을 높이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약가 제한과 바이오시밀러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다만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경쟁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 연구원은 “지속적인 원가 절감과 제품 차별화, 직접 판매 등으로 가격 경쟁력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