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진이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로 쓰이는 GLP-1의 인체 분비량을 높일 방법을 찾아냈다. GLP-1 분비를 유도하는 미생물을 환자의 장 내에 이식하는 방식이다./미 국립보건원
(왼쪽부터) 김희남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교수와 한유민 연구원. /고려대학교

항생제 사용이 장내 세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유를 국내 연구진이 찾았다. 항생제가 장내 유익균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기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김희남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교수 연구진은 항생제에 노출된 장내 세균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해 이에 따라 대사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지난 8일 게재됐다.

지금까지 연구에서는 항생제 사용이 장내 세균의 수를 줄인다는 사실만 알려졌다. 문제는 단순한 균 감소만으로는 항생제 사용 후 손상된 장내 환경이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또한 항생제 투여량과 균 감소가 비례하지 않는 등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도 있었다.

연구진은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리(Akkermansia muciniphila, 아커만시아)가 항생제 페니실린에 노출될 경우 어떤 변화가 있는지 분석했다. 아커만시아는 대장에 서식하는 유익균으로 비만이나 당뇨, 지방간 등 만성질환을 완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아커만시아는 생존을 위해 항생제에 적응하며 돌연변이를 획득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유익균 본연의 기능인 숙주 보호 능력이 저하됐다. 김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항생제에 노출되면 장내 유익균의 수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돌연변이가 발생해 본래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며 “돌연변이가 생기면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장내 환경에 영향을 미치며 후손에게 유전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쥐 실험을 진행했다. 돌연변이가 없는 정상 유익균과 돌연변이가 발생한 유익균을 쥐에 각각 투여한 뒤,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동일한 식단을 5주간 제공했다. 그 결과 정상 유익균이 투입된 쥐는 비만과 대사질환으로부터 보호받았지만, 돌연변이 유익균이 투입된 쥐는 건강이 빠르게 악화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특정 유익균 한 종만을 분석했지만, 이러한 돌연변이 현상이 다른 균에서도 광범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유익균이 변이되면서 건강 보호 기능을 잃는 것이 대사질환 증가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대사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장내 유익균의 돌연변이 비율을 측정해 개인별 대사질환 취약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상 유익균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비만이나 대사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단순히 유산균을 먹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변이되지 않은 건강한 유익균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연구를 통해 돌연변이가 기능을 상실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혀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Microbiome(2025), DOI : https://doi.org/10.1186/s40168-024-02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