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에 뛰어든 기업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양자컴퓨터의 핵심 요소인 큐비트(qubit) 구현을 시도하고 있다. 일반 컴퓨터가 정보를 0과 1의 비트 단위로 처리하고 저장하는 트랜지스터를 기반으로 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양자 중첩’ 상태를 활용하는 물질을 기반으로 한다. 어떤 물질을 기반으로 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큐비트를 구현할 수 있다.
19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큐비트 구현에 활용했다고 밝힌 물질은 ‘위상 초전도체’다. 위상 초전도체는 물질의 형태가 바뀌어도 입자 간 위상(位相)이 유지돼 안정적이면서도 초전도성을 띠는 물질이다. 위상 초전도체 내부에서는 전하가 없는 중성 상태의 ‘마요라나 입자’가 형성되며, 이 입자는 외부 환경 변화에 강하고 안정적인 정보 처리를 돕는다.
이날 MS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의 핵심은 마요라나 입자의 존재를 제어하고 측정했다는 점이다. 마요라나 입자는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마요라나가 1937년 이론적으로 예측한 입자로, 발표 이후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 기술로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주요 양자컴 기업들은 큐비트를 구현하는 데 초전도체를 사용한다. 초전도체는 극저온 등 특수한 조건에서 저항이 0이 되는 물질로, 비교적 제어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12월 구글이 발표한 차세대 양자컴퓨터 칩 ‘윌로’와 IBM이 2023년 발표한 ‘콘도르’ 등은 모두 초전도체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초전도체의 문제는 보통 영하 270도가량의 극저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극저온 냉각 시스템이 필수적이고, 온도와 빛에 민감해 작은 환경 변화만으로 쉽게 정보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초전도체와 함께 학계에서 오래 연구한 큐비트 구현 방식은 ‘이온 트랩’이다. 전하를 띤 원자(이온)를 전자기장으로 포획한 후, 레이저로 조작해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 중첩 상태를 만들어낸다. 이 방식은 실온에서도 구현이 가능하고 정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여러 큐비트를 연결하는 과정이 복잡해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이 밖에 빛의 입자를 사용하는 ‘광자 큐비트’, 반도체 나노 구조를 사용하는 ‘양자점 큐비트’ 등 다양한 방식의 큐비트가 연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