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업가 브라이언 존슨(48)의 인생 최대 목표는 150세까지 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존슨은 2013년 온라인 결제 스타트업 ‘브레인트리’를 페이팔에 9억달러(약 1조3200억원)에 매각해 억만장자가 됐고, 이후 넘치는 시간과 돈의 대부분을 자신의 몸에 투자하고 있다. 매일 영양 보충제를 54알 먹고, 12만달러(약 1억7600만원)를 들여 설치한 고압산소실에서 순수한 산소를 마신다. 3명의 전담 의사에게 건강검진을 받고 각종 생체 실험을 하는 데 연간 200만달러(약 29억원)를 쓴다. 2023년엔 당시 17세 아들에게서 혈장을 채취해 자기 몸에 주입해 논란을 불렀다. “노화 속도를 0으로 만드는 데 도전하고 있다”는 존슨의 삶이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공개되면서 ‘바이오해커(Biohacker)’가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해커는 생물학과 의학, 각종 첨단 기술을 동원해 자신의 몸과 생리 기능을 향상시키려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이 쓰는 방법을 사업화한 바이오해킹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픽=이진영

◇‘수퍼 휴먼’에 도전하는 바이오해커들

바이오해커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해 규제 기관이 허가하지 않은 약물이나 화학요법, 유전자 치료법 등을 과감히 시도한다. 예컨대 ‘바이오해킹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데이브 아스프리는 30세 무렵 140㎏까지 몸이 불어나자 바이오해킹을 시작한 경우다. 그는 인슐린 분비 억제 및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다고 입소문을 탄 ‘방탄 커피’를 개발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액화질소로 자신의 몸을 냉각하거나 적외선으로 목욕하는 등의 실험을 하고 있다.

이처럼 노화를 거스르고 영원한 건강을 추구하는 바이오해커들의 시도가 무모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의 식이요법과 치료법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이오해커가 유행시킨 방탄 커피에 대해 과도한 포화지방을 섭취하게 만들어 각종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적외선 목욕, 머리에 전극을 부착하는 실험도 장기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바이오해커들이 대중의 관심을 자신의 건강 관련 사업에 이용한다”며 장삿속을 비판한다.

반면 일부 바이오해커들은 저속 노화와 유전자 치료의 대중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돈 많은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던 특별한 치료를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방법을 공유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분자생물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미 항공우주국(NASA)에 근무한 조 재이너는 유전자 가위 기술로 DNA를 편집할 수 있는 방법을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유전자를 조작하는 방법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이 기술을 이용하는 치료 비용이 아직 비싼 것”이라며 “생명공학이 꽃피려면 누구나 유전공학 기술을 익힐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바이오해킹 기업도 증가

바이오해킹 사업에 본격 나서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미니서클’은 유전자 치료 플랫폼 기업이다. 혈관을 형성하고 근육량을 증가시킨다는 단백질 폴리스타틴을 활용한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2021년부터 온두라스에서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FDA 허가를 받지 않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적 임상 치료를 시도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회사 측은 “보다 획기적이고 안전한 유전자 치료제를 빠르게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했다.

영국 런던의 바이오해킹 기업 ‘휴매너티’는 앱으로 노화 속도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노화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뉴럴링크’도 바이오해킹 기업으로 꼽힌다. 인간의 뇌에 칩을 심어 신경계 질환을 치료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지난 1월엔 세 명의 사지 마비 환자에게 칩을 이식했고, 최근엔 세계 곳곳의 사지 마비, 하반신 마비, 시각 장애 같은 뇌신경 관련 장애가 있는 이들을 임상 대상으로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바이오해커

생물학을 뜻하는 ‘바이오(bio)’와 서버를 뚫고 특정 시스템을 바꾸는 ‘해커(hacker)’를 합친 말. 생명과학과 각종 첨단 기술을 동원해 수명을 연장하고 노화를 막으려 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때론 검증되지 않은 실험을 감행하거나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비판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