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 임무 예산을 절반 수준으로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류의 우주 탐사 개발을 이끌어온 NASA의 주요 프로젝트가 중단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현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지난 10일 NASA에 과학임무국 예산을 50%가량 삭감한 2026년 예산 초안을 보냈다. 올해 약 73억달러(약 10조3000억원)가 책정된 NASA 과학임무국 예산을 내년에는 약 39억달러(약 5조5000억원)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천체물리학 관련 예산은 약 15억달러에서 4억8700만달러로, 행성 과학 예산은 27억달러에서 19억달러로, 지구 과학 예산은 약 22억달러에서 10억3300만달러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 예산안이 거의 그대로 확정될 경우에는 NASA가 추진 중인 신규 프로젝트들이 대거 영향을 받게 된다. 예컨대 내년 발사 예정이었던 차세대 우주망원경 ‘낸시 그레이스 로먼’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이 망원경의 임무는 우주를 이루는 암흑 물질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화성에서 확보한 암석과 토양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화성 시료 프로젝트, 금성 대기를 탐사하는 다빈치 프로젝트 등도 지원이 중단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임무 수행 중인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 대한 지원은 계속된다.
NASA 과학임무국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방안에 대해 과학계는 강하게 반발한다. 최근 NASA의 화성 탐사, 명왕성 통과 등의 업적은 모두 과학임무국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민간 우주 단체인 행성협회는 “이번 예산 삭감안은 NASA에 거의 멸종 수준의 사건”이라며 “NASA의 미래 과학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세금 수십억 달러가 낭비되며 미국의 우주 과학 분야 리더십을 다른 국가에 넘겨주는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정부 예산 및 인력 감축에 앞장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마저도 이번 NASA 삭감안에 부정적이다. 민간 최대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세운 그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로 “걱정스럽다”며 “나는 과학을 매우 지지하지만, 스페이스X가 NASA의 주요 계약업체이기 때문에 NASA 예산 논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