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으로 실험실에서 자란 배양육 치킨을 배달시켜 먹을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일본 과학자들이 미세관으로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너겟 크기의 닭고기 조각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단순한 다진 고기 수준을 넘어 실제 고기처럼 덩어리로 자라난 배양육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다.
다케우치 쇼지 일본 도쿄대 교수는 “두께 2㎝, 길이 7㎝, 너비 4㎝의 약 11g에 달하는 단단한 고기 조각을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트렌드 인 바이오테크놀러지(Trends in Biotechnology)’에 실렸다.
배양육은 살아있는 동물에서 채취한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든 고기다. 이번 배양육은 인공 순환계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연구진은 속이 비어있는 중공 섬유를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닭 근육세포에 전달했다.
기존의 배양육 기술은 중심부 세포에 산소와 영양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세포가 죽기 때문에 덩어리 고기를 만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공섬유 1000개 이상을 통해 필요한 성분을 공급하면서 단단한 고기 조각을 만들어냈다.
다케우치 쇼지 도쿄대 교수는 “세포 중심부까지 산소와 영양을 고르게 전달해 고기를 더 두껍고 일관되게 자라게 할 수 있었다”며 “이 기술로 닭고기뿐 아니라 소고기, 돼지고기, 심지어 생선까지도 덩어리 고기로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단순한 너겟을 넘어 닭가슴살이나 닭다리처럼 식감과 섬유질이 살아있는 고기도 구현할 수 있다. 다케우치 교수는 “섬유 간격, 방향 또는 흐름 패턴을 변경해 더 부드럽거나 더 쫄깃한 고기처럼 다양한 질감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번 배양육을 바로 먹을 수는 없다. 고기에서 중공섬유들을 손으로 직접 제거해야 한다. 연구진은 앞으로 중공섬유를 식용 가능한 셀룰로오스 섬유로 대체하고, 배양 후에도 고기에 남겨 다양한 질감을 살리는 방법도 개발 중이다. 아연이나 셀레늄 같은 영양소를 첨가해 노인의 면역력 강화를 위한 기능성 고기로 확장할 수도 있다.
데릭 스튜어트 영국 제임스 허튼 연구소 교수는 사이언스미디어센터에 “진짜 닭고기처럼 보이고, 본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크기와 형태를 구현했다”며 “혁신적이고 우아한 해결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공섬유를 통해 마살라 소스를 주입하면 치킨 티카 마살라 너겟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배양육의 무한한 응용 가능성에 기대를 드러냈다.
고기 조직에 더 많은 산소를 전달할 수 있는 인공 혈액을 쓰는 것도 고려되고 있다. 다케우치 교수는 “지금은 고기의 생산 단가가 높아 일반 닭고기보다 비쌀 것”이라면서도 “식품용으로 적합한 대량 생산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5~10년 이내에 가격도 크게 낮아지고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배양육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배양육 시장은 2029년 200억 4000만 달러(약 2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16.2%로 전망된다. 일부 보고서에서는 2036년까지 시장 규모가 1008억 8000만 달러(약 143조원)에 이르며, 연평균 50.8%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 본다.
배양육은 일부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미국 푸드테크 기업인 잇 저스트(Eat Just)의 자회사인 굿 미트(GOOD Meat)는 2020년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닭고기 판매를 허가받았다. 알레프 팜스(Aleph Farms)는 세포를 층층이 쌓는 3차원 프린팅 기술을 사용해 만든 소고기 배양육에 대해 지난해 이스라엘에서 판매 승인을 받았다.
참고 자료
Trends in Biotechnology(2025), DOI: https://doi.org/10.1016/j.tibtech.2025.0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