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와 워싱턴대 연구진이 사람의 눈에 아주 미세한 레이저를 쏘는 방식으로 자연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색을 만들었다고 밝혔다./pixabay

사람이 태어나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색이 존재한다면, 그건 어떤 모습일까. 미국의 과학자들이 그 답을 찾기 위한 실험에 성공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와 워싱턴대 연구진은 18일(현지 시각) 사람의 눈에 아주 미세한 레이저를 쏘는 방식으로 자연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색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이날 게재됐다.

사람이 색을 볼 수 있는 건 눈 뒤쪽 망막에 있는 세포 덕분이다. 이 세포는 민감한 빛의 파장에 따라 L, M, S세포로 나뉜다. 각각 장파장의 붉은색 빛, 중파장의 초록색 빛, 단파장의 파란색 빛에 활성화된다. 사람이 보는 대부분의 색은 이 세 가지 세포가 동시에 자극을 받으면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자연광에서는 M세포만 단독으로 자극되는 일이 없다. M세포만을 통해 만들어지는 색을 볼 수 없는 이유다. 연구진은 이 점에 주목해 사람의 눈에서 M세포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고, 레이저로 M세포만을 자극하는 망막 자극 기술 ‘오즈(Oz)’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오즈 기술을 이용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색 ‘Olo(올로)’를 만들어냈다. 겉으로 보면 푸른빛이 도는 초록색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연구진에 따르면 ‘전례 없는 선명도의 청록색’이다. 화면이나 그림으로는 표현할 수 없고, 실험 장치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참가자 5명은 “굉장히 강렬하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색이었다”고 전했다. 렌 응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처음부터 특별한 색이 나올 거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눈으로 본 순간 정말 놀라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색맹이나 시각 장애, 망막 질환 등을 앓는 환자의 색각(빛깔을 보는 감각)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눈과 뇌의 작동 방식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발견한 색이 정말 새로운 색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존 바버 시티세인트조지런던대 교수는 “망막 세포를 선택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기술적 업적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색깔을 발견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L세포가 대량 자극되면 진한 빨간색을 볼 수 있지만, 밝기는 세포의 민감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이번 연구에서 일어난 일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u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