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암세포가 면역 공격을 피하는 데 쓰는 단백질을 분해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유자형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교수 연구진은 암이 면역 회피에 쓰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복합체 조립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지난 3일 게재됐다.
암세포는 PD-L1이라는 단백질을 정상세포보다 많이 만들어 세포 표면에 내세운다. 면역세포에 ‘공격 금지’ 신호를 보내는 이 단백질 덕분에 암세포는 인체 면역 감시망을 피해 빠르게 증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아세타졸아마이드‘ 성분을 기반으로 암세포의 PD-L1만 골라 분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아세타졸아마이드는 암세포 표면에 주로 분포하는 효소 ’CAIX’에 달라붙어 단백질 나노 복합체를 형성하고, PD-L1과 같은 면역 회피 단백질을 세포 안으로 같이 끌고 들어간다. 세포 안으로 들어 온 나노복합체는 비정상 단백질로 인식돼 세포 내 청소 공장인 리소좀에서 분해된다. CAIX 효소는 정상세포에는 거의 없어 암세포에서만 이 같은 반응이 일어난다.
PD-L1 단백질이 사라진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공격 대상이 된다.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나노복합체를 주입한 그룹의 암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었고, PD-L1 단백질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기존에도 암세포가 면역을 피하도록 돕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분자들은 있었다. 하지만 크기가 커 세포 안으로 잘 들어가지 못하거나, 구조가 복잡해 설계나 합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복합체를 신체 내에서 스스로 조립하도록 해 한계를 넘었다.
유자형 교수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형태의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이라며 “향후 면역항암제와 병용하거나 다양한 난치성 고형암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Advanced 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031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