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서 사용되는 단백질을 바꿔 유전자 편집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뉴스1

국내 연구진이 한 번에 여러 유전자를 보다 정밀하게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대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합성생물학연구센터장 연구진은 유전자 편집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크게 높인 다중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는 국제 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온라인판에 지난 7일 게재됐다.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만 골라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이다. 편집할 디옥시리보핵산(DNA) 서열을 구분하는 가이드 리보핵산(RNA)과 유전자를 직접 자르는 카스(Cas)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해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편집하려면, 단일 가이드 RNA(sgRNA)를 편집하고자 하는 유전자 개수만큼 반복해서 한 줄로 배열한 가이드 RNA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sgRNA들의 서열이 비슷하면 합성 오류나 조립 실패, 불안정한 발현과 같은 문제가 생겼다.

연구진은 sgRNA들이 서로 꼬이지 않고 작동할 수 있도록 배열하는 ‘RAMBE’ 시스템을 개발했다. 나아가 여러 개의 sgRNA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반복 서열을 제거해 합성 복잡성을 낮추는 ‘NR-RAMBE’ 시스템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을 대장균에 적용해 실험한 결과, 한 번에 유전자 6개 이상을 편집할 수 있었다. 편집 효율은 기존 시스템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NR-RAMBE 시스템은 유전자를 합성할 때 복잡성을 약 7배 줄였고, 유전자 편집의 실패율도 대폭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유전자 설계부터 합성, 검증까지 자동화한 시스템 ‘바이오파운드리’와 같은 첨단 유전체 기술에 적합하다”며 “다양한 의료용, 산업용 미생물을 개발하는 데에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Chemical Engineering Journal(2025), DOI: https://doi.org/10.1016/j.cej.2025.162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