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 신호를 무선으로 컴퓨터에 전달하는 기술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가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BCI 가 FDA 허가를 받은 첫 사례다.

미국 뇌공학 스타트업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이하 프리시전)’는 BCI 장치 ‘레이어 7 피질 인터페이스’가 FDA 허가를 받았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따라 프리시전은 신경외과 수술이나 뇌 수술 등으로 입원한 환자에게 최대 30일간 이식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엔 수술을 받는 동안 일시적으로 몇 분 정도만 이식할 수 있었으나, FDA 승인을 계기로 이식 기간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미국 기업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가 개발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 필름 전극(오른쪽)을 뇌 표면에 붙여서(왼쪽), 수술 도중 환자의 뇌 상태를 점검하거나, 전신 마비 환자의 신경을 자극해 움직이도록 돕는다.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

앞서 BCI 기술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뇌과학 기업 ‘뉴럴링크’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뉴럴링크는 2023년 FDA에서 임상 시험 승인을 받고 지금까지 3명의 뇌에 BCI 장치를 이식했다. 환자들은 이식 수술 이후 컴퓨터 커서를 생각만으로 조작하거나, 체스 게임을 하는 데 성공했다.

프리시전은 뉴럴링크와 경쟁 관계에 있다. 이 회사의 최고과학책임자(CTO)인 벤저민 라포포트는 과거 머스크와 뉴럴링크를 함께 창업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라포포트는 2021년 프리시전을 설립했고, BCI 기술을 통해 전신 마비 환자들이 다시 말하거나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FDA 허가를 프리시전이 뉴럴링크보다 먼저 받은 것을 두고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실현 가능한 방식을 택함으로써 먼저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평한다. 뉴럴링크가 뇌에 초미세 전극을 찔러 넣는 방식이라면, 프리시전은 뇌 표면에 필름 전극을 붙여 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기술적 차별화를 꾀하고 있어서다. 뉴럴링크 방식이 좀 더 정확하지만 그만큼 위험도도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프리시전이 개발한 ‘레이어 7 피질 인터페이스’는 1024개의 전극으로 이뤄졌다. 작은 구멍을 통해 뇌 표면에 붙인 뒤, 뇌의 전기 신호를 읽고 정보를 기록하거나 신경 활동을 자극할 수 있다. 프리시전은 이 장치를 병원에서 수술 중 뇌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용도로 먼저 활용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프리시전은 “더 많은 환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돼 뇌 신경신호를 해독하는 인공지능(AI)의 성능이 대폭 향상될 것”이라며 “더 정밀하고 장기적인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