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들한테 하는 이야기가 ‘반 발만 빨리 가자’예요. 괜히 한 발, 두 발 먼저 가서 투자금 다 쓰고 헤매면 안 되잖아요. 우리는 땅에 발붙이고 오프라인 트래픽을 실제로 보는 회사이기 때문에, 우리 안으로 들어오는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강조합니다. 우리가 보는 데이터에서 ‘아, 이거다’ 하고 감을 먼저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딩까지는 거짓말이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팔로잉하면 플랫폼 중에는 1등이 될 수 있습니다.”
쉐어잇의 시작은 운동을 좋아하는 창업자, 박상준 대표가 학교 코트나 운동장을 쉽게 빌리기 위한 사이트를 만드는 데에서 시작했습니다. 조기축구회나 농구동호회를 하는 분들의 영원한 페인포인트, ‘이번 주 운동은 해야 하지?’ 이 고민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찾다 보니 학교에 남는 공간이 많았고, 이걸 모두가 쉽게 빌릴 수 있는 중개 플랫폼을 시작한 것이죠.
박 대표는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부질없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쉐어잇은 이상하리만큼 공간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먼저 찾아온 곳입니다. 초·중·고 운동장에서 ‘대학을 빌리고 싶다’는 고객 요청이 들어왔고, ‘운동장 말고 기숙사와 식당도 빌리고 싶다’는 요청도 들어왔습니다. 팝업스토어, 파티 공간까지도 자연스럽게 확장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 코로나로 모든 것이 셧다운됐습니다. 그런데도 팁스에 선정되고, 투자까지 유치했습니다. 그 사이 다른 고객의 수요를 발견하고 매년 50% 넘는 성장을 해냈습니다.
어떤 스타트업은 ‘다 계획이 있었다’는 듯이, 큰 계획과 뾰족한 기술을 갖고 인내 끝에 빛을 봅니다. 어떤 스타트업은 시장과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합니다. 시장의 변화에 반 발씩 빠르게 대처했더니 성장이 따라왔던 쉐어잇의 이야기입니다.
◇1. 올해 2만8000건 넘는 공간을 중개... 코딩 합숙부터 기업 연수, 박람회까지
-시작은 학교의 빈 공간을 빌려주는 일부터였습니다.
“막상 운영하다 보니까 이런 빈 공간이 대학에만 있는 게 아니라 리조트나 상업 시설에도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서 리조트에서는 객실 수익 외에 추가적인 수익을 만들기 위해서 저희 플랫폼을 이용해 빈 공간을 공유하기도 하고요. 규모가 좀 작은 강의실이나 세미나실도 마찬가지로 활용이 가능해서, 그런 공간들을 필요로 하는 분들께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빌려주시는 분들은 대학이나 일반 상업 시설 등 정말 다양해요. 내가 임대료를 내고 있는 사람이든, 내 건물을 가지고 있든, 어쨌든 유휴 시간에 그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써보고 싶다는 니즈가 있는 장소와 호스트라면 쉐어잇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간의 용도는요? 성격이 너무 다른 공간들이라 이용자들의 활용법도 제각각일 것 같은데요.
“강연·교육·세미나 같은 본래 용도의 공간을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고요, 체육관이라면 기업 체육 대회를 열거나 대회 형식의 행사를 하기도 합니다. 베이비페어나 박람회 같은 행사도 열리고요. 촬영 수요도 많아요. 학교에서 촬영을 하고 싶어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서, 쉐어잇이 플랫폼화해 놓은 덕분에 도서관이나 복도 같은 공간에 들어가서 촬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요즘 팝업 스토어가 굉장히 활발한데, 최근 1년 반 만에 팝업스토어 공간 수가 1000개 정도로 늘어났어요. 팝업 스토어를 통해 발생한 연간 매출이 50억원이 넘을 정도로 활발해졌습니다.”
-쉐어잇에 등록된 공간을 총 몇 곳이나 되나요?
“현재 1만1750곳 정도 됩니다. 연말까지 누적으로는 1만2500곳이 넘을 것 같고요. 거래 건수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3분기까지 약 2만1000건의 공간이 거래됐습니다. 연말까지 대략 2만8000건의 거래를 예상해요.”
-공간마다 거래 금액 편차가 큽니다.
“거래 규모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뉘는데요, 기업에서 큰 공간을 빌릴 때는 객단가가 보통 250만 원 정도로 꽤 높은 편이에요. 예를 들어서 대학 노천극장이나 큰 강당, 혹은 하루 종일 대학 건물 한 동을 촬영용으로 쓰려고 빌리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에 파티룸이나 체육관, 스튜디오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놀거나 여가를 즐기는’ 공간을 빌리는 거래는 평균 20만 원 정도로 형성돼 있어요. 결국 ‘일하는 공간’과 ‘노는 공간’ 사이의 평균 거래 금액이 대략 10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기업 수요로 대학 기숙사를 빌리는 경우도 있었다고요.
“학교 방학 기간에 연수 프로그램 수요가 상당합니다. 크래프톤의 정글이라고, 수개월 동안 코딩 교육 후 개발자 인재 배출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정글도 쉐어잇을 통해서 공간을 빌렸습니다.”
-사업 8년 만의 첫 B.E.P(손익분기점) 달성을 예상한다고요.
“올해 예상 매출은 100억원쯤 됩니다. 1~3분기 모두 분기 흑자를 달성해서, 올해는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중학교 체육관 빌리기’에서 시작한 사업, 하다 보니 고객이 먼저 찾았다.
-처음 서비스 이름은 ‘스쿨 셰어링’이었습니다.
“시작은 2017년 무렵이었어요. 제가 운동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농구나 축구를 할 때마다 공간을 잡는 게 너무 어려웠거든요. 예약 시스템도 복잡하고, 조금 늦으면 이미 다 차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집에 가는 길에 보니까 학교 체육관은 늘 비어 있더라고요. ‘저 공간을 빌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중학교 체육관 하나를 빌려 직접 열어 보기로 했습니다. 회사도 없었고, 그냥 웹사이트 하나만 만들어서 신청을 받았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정말 미친 듯이 몰리는 거예요. 체육관을 쓰고 싶어 하는 분이 그렇게 많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아, 이거다’ 싶어서 바로 회사를 차렸습니다. 말 그대로 학교 공간을 공유한다는 의미였어요.”
-학교는 어떻게 설득했나요?
“직접 발로 뛰었어요. 교장 선생님이나 행정실장님을 만나면서, ‘학생들이 쓰지 않는 시간대에 체육관을 빌려주시면,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학교랑 나누자’고 제안했어요. 학교 측에서도 빈 시간에는 비용 부담만 되는 공간이니, 제대로 운영만 된다면 나쁜 제안이 아니었던 거죠. 그렇게 학교와 계약을 맺고, 한 20% 정도를 저희가 수수료로 갖고 나머지는 학교에 돌려드리는 구조를 만들었죠.”
-초기엔 대학 공간을 빌려주는 것도 아니었군요.
“시장에서 들어온 요청에 대응하면서 확장한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세 군데 정도 공간 중개를 하고 있었을 때쯤이었는데, 유명 증권사가 야유회를 하겠다며 체육관 말고도 학교 식당이나 작은 강의실, 그리고 강당까지 빌릴 수 없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당시에는 체육관만 계약이 돼 있었고, 식당이나 강의실은 범위가 아니어서 고민이 됐습니다. 또 초·중·고등학교는 아무래도 학생들이 있으니까, 체육관 외의 시설은 잘 안 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을 알아봤습니다. 때마침 한 대학교와 콘택트가 돼서 그 수요를 연결해 봤습니다. 그러니까 단가가 무려 10배 정도 올라가더라고요. 고생하는 건 비슷한데 이익이 훨씬 크니까,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대학 쪽도 진행하게 됐습니다.”
-시장을 예상했다기 보단, 일단 중개를 시작하면서 시장의 수요를 알게 된 것이군요.
“대표적으로 촬영 수요도 그렇게 확장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대학이니까 당연히 강연·교육·세미나 같은 용도로만 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니 촬영 관련 문의가 갑자기 몰려오더라고요. 방송사나 엔터사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대학 촬영을 하려면 행정 절차도 복잡하고 허가를 받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저희가 이미 플랫폼 형태로 모든 과정을 간소화해 놨으니 그 점이 입소문을 탄 거죠. 마침 대학교들도 수익 다양화 니즈가 있어서 금세 확장이 가능했습니다.”
-처음엔 공간 사진이 올라온 웹사이트 수준이었다고요.
“초기엔 공간 사진만 올려놓고 전화 상담을 통해 연결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백엔드에 결제도 없었고, 예약 기능 이런 것도 없었어요. 그렇게 시작하다 점점 플랫폼의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던 것이죠.”
◇3. 팬데믹이 터져도 토익은 봐야 한다.
-2020년 팬데믹이 터졌습니다.
“10개 넘는 학교와 계약을 맺고, 매출도 조금씩 오르던 시점이라 ‘이제 조금 날개를 달 수 있겠다’ 했습니다. 중기부에서 팁스(TIPS) 사업에도 선정되고 투자를 받게 돼서 좀 더 확장해 보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학교가 잠겨 있으니 당연히 체육관이든 강의실이든 다 문을 닫아야 했고요. ‘아, 이러면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하나…’라는 불안감이 컸습니다.”
-여러 학교와 계약이 되어 있었을 텐데요.
“정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먼저 학교 쪽에 전화를 했어요.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운영을 중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살림을 좀 털어서라도 구호 물품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는,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모이지 말라고 하니까 일단 3개월간 재정비를 하기로 했어요. 사실상 쉬었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시점에 투자를 받았어요. 코로나 때 투자를 받았는데, 정작 학교는 문을 닫으니 ‘이제 뭘 해야 하지?’ 싶었거든요. 오히려 그 시기에 전화 문의가 더 많이 오더라고요. 이유를 살펴보니까, 어디서도 공간을 안 빌려주니까 시험을 봐야 하는 기관들이 전부 난감해진 거예요. 토익·토플·한국사시험·일본어시험 같은 게 대표적이죠. 마스크 착용, 소독 등 방역 절차를 잘 지키면서 시험을 치르려면 어느 정도 관리가 된 공간이 필요한데, 그런 곳이 거의 다 막혀 있으니 문의가 몰린 거예요. 시험이나 촬영을 꼭 진행해야 하는 분들이 저희 플랫폼을 찾게 되면서, 역설적이지만 코로나 시국에도 어느 정도 수요가 생겼어요. 사실 전부 문 닫고 굴러갈 곳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뜻밖의 방식으로 기회가 찾아온 셈이죠. 그때 다시 한번, 시장을 단정하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회사도 매번 입사 시험을 같은 고등학교에서 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직접 협조하는 대학이나 학교, 공간이 있을 텐데요. 쉐어잇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공간을 중개받는 이유, 그러니까 제공하는 밸류는요?
“기존에도 대학이나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건 가능했어요. 그런데 행정 담당자 입장에서는 대관 업무가 주된 일이 아니다 보니까, 협조 속도가 느릴 때가 많습니다. 절차도 복잡하고, 어느 날 갑자기 학교 측 사정으로 취소 통보가 오는 등 리스크도 있었거든요. 쉐어잇은 그런 부분을 해결해 주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미리 계약을 맺어서, 일단 예약이 잡히면 쉽게 취소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춰 놨어요. 행정 절차도 저희가 전담하니까, 기업 입장에선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요. 물론 수수료가 들어가긴 하지만,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점에서 기업들도 ‘차라리 이게 낫다’고 판단하더라고요.”
-학교 입장에서 쉐어잇을 써야 하는 이유는요?
“학교 입장에서도 인건비를 들여서 시설을 일일이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요. 쉐어잇이 관리·감독하고, 시험이 끝나면 청소 업체를 불러 원상 복귀까지 해놓으면 학교 쪽에는 추가 부담이 거의 없거든요. 시스템을 통해서 청소 완료 여부나 문제 상황을 기록하면, 학교에서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생 수는 줄어들고, 학교 공간은 점점 텅텅 비어가고, 학교는 재정난이니.... 여러 학교들 입장에서도 부족한 수입을 채울 수 있는 공간 재활용에 관심이 많을 것 같습니다.
“걸림돌이 하나 있습니다. 학교가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재산세 및 지역자원시설세를 각각 면제하는 특례를 두고 있는데, 해당 부동산을 수익사업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특례가 적용되지 않아요. 이 법 해석이 모호해서 대학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쉐어잇과 같은 플랫폼을 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구가 줄어드니 국내 대학도 외국 대학들처럼 캠퍼스 안에 외부 사기업도 유치하고, 부동산·기자재 등을 활용해 등록금 외 수익을 늘리고 싶어 해요. 동시에 학교 측에선 혹시라도 이렇게 했다가 지방세 과세 당국이 소급해서 재산세나 취득세 등을 내라고 하면 세금이 몇 십억씩 나올 수 있으니 선뜻 못 움직이는 상황입니다.”
-학교 입장에선 부가 수입을 올릴 수 있는데, 불안한 것이군요. 법을 바꿔 달라는 대학의 요구가 있겠습니다.
“핵심 내용은 ‘교육용 자산을 일정 시간대에 외부 수익 창출 용도로 활용하더라도 기존의 지방세 감면 혜택을 유지해 달라’는 겁니다. 학교 안에 물류창고를 짓거나, 기숙사의 빈 공간을 시니어 레지던스로 전환해 보자는 거예요. 방학 때 학교 기숙사와 교육 공간을 빌리는 기업 하나만 유치해도 7억 원은 벌 수 있으니까, 그게 등록금 1000만 원짜리 학생 70명을 받는 것과 비슷한 효과입니다. ‘일단 해보자’라고 나선 대학이 지금 전국에 40곳 정도 쉐어잇에 들어왔습니다. 전국 대학이 약 350개, 수도권만 해도 130개인데, 이 법이 명확하게 풀리면 그중 상당수가 쉐어잇에 들어올 것이라 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저도 2년 전부터 관련 포럼이나 입법 활동에 참여하고 있어요.”
쫌아는기자들은 주 3회 발송하는 유료 레터입니다. 전체의 절반을 무료 구독자 분들께 공개합니다. 전문은 유료 구독자에게 공개합니다. 아래는 전문에 실린 부제와 질문, 사진, 그래픽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4. 구매하지 못한 70%, 생각보다 복잡한 공간에 대한 요구와 DB.
-2022년 매출 52억, 중개 공간도 2020년 약 500곳에서 7000곳으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2021년부터 ‘학교 밖에도 엄청나게 많은 공간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동시에 코로나 때문에 큰 공간에서 행사를 열 수 없으니, 파티룸이나 스튜디오 같은 소규모 공간 수요가 크게 늘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을 빠르게 확보하기 시작했어요. 또 하나는, 학교 공간은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만 쓸 수 있다는 한계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활용률이 한 30% 정도에서 멈추더라고요. 그렇다면 나머지 70% 수요를 어디서 받아줄까 고민했는데, 답은 호텔·세미나실·결혼식장 같은 다른 공간이었어요. 이쪽은 상대적으로 활용 가능한 시간대가 훨씬 넓어서, 한 번 자리를 잡으니까 큰 공간을 원하는 분들부터 소규모 모임을 찾는 분들까지 다양하게 매칭이 가능했습니다.”
-예약이 실제로 계속 일어나야 플랫폼이 의미가 있습니다. 공격적으로 공간을 늘렸는데, 그만큼 거래가 계속 따라와야죠.
“아직 전환율이 20% 초반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분이 ‘이런 공간을 찾고 있어요’라고 요청하면, 실제로 그 공간을 결제까지 완료하는 비율을 말해요. 지금은 20% 정도니까, 반대로 얘기하면 70% 이상의 사람들이 원하는 공간을 아직 찾지 못하고 떠난다는 뜻이거든요.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3배 정도 더 남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구매로 전환되지 못한 70~80% 고객들이 왜 구매를 결정하지 못하고 돌아갔을까요.
“한 번에 300만~400만 원짜리 공간을 빌리려는 분들은 요구 사항이 굉장히 많아요. 시간, 위치, 가격, 화물용 엘리베이터 유무, 주차장 시설, 무대 상태 같은 것들이 다 맞아야 해요. 이 중 한두 가지라도 맞지 않으면 그냥 거래가 성사되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행사에 국회의원을 모셔야 하는데 대기실이 없으면 진행하기가 어렵다든지, 이런 식으로 세세한 요소들이 많이 작용해요. 그렇다 보니 전환율 20% 초반이라는 건, 아직 저희 플랫폼이 더 다양한 니즈를 만족할 수 있게끔 보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이걸 해결하기 위해 공간 정보를 더 상세히 채우고, 예약 과정을 간소화하고, 필요한 부가 서비스를 연계해 주는 식으로 계속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고객들이 원하는 공간을 원하는 조건으로 쉽게 찾을 수 있게 만들어 드리는 게 저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에요.”
-요새 가장 뜨거운 공간 활용은 팝업스토어 시장입니다. 왜 팝업스토어 시장인가요?
“건물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유휴 시간을 잘게 쪼개서라도 수익을 더 내고 싶어 하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기간만 딱 빌려서 쓰고 싶어 하니까, 이 양쪽 니즈가 아주 잘 맞아떨어져서 그렇습니다. 고정된 매장을 하나 열어서 운영할 때 드는 위험과 비용이 너무 크거든요. 그런데 팝업 공간을 잠깐 빌려서 써 보면, 내 브랜드가 실제로 시장에서 통할지 가설을 검증하기에 좋아요. 한 달이면 한 달, 두 달이면 두 달 동안 운영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비용 처리를 하고 접을 수 있으니까요.
또 소비자들은 계속 새로운 걸 원하고, SNS나 유튜브 같은 채널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공간이나 경험을 찾아다니는 분이 예전보다 훨씬 늘었어요. 예를 들어, 똑같은 음료수 회사라도 팝업 공간에서 브랜드 히스토리나 콘셉트를 체험하게 해 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의점에서 로고만 보던 브랜드를 좀 더 깊이 있게 만나게 되거든요. 기업 입장에서도 이런 식으로 짧고 임팩트 있는 마케팅을 하는 게 오히려 고정된 매장을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요. 건물주는 단기적으로도 공간을 돌려서 수익을 내고, 브랜드는 합리적인 비용 안에서 시장 반응을 검증하고, 소비자는 매번 새로운 경험을 즐길 수 있으니 팝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죠.”
-이 비즈니스의 확장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합니까. 단순 공간 확장 이상의 무엇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첫째는 공간 자체를 훨씬 많이 확보하는 거예요. 그래야 사용자가 원하는 곳을 더 정확히, 더 많이 연결해 줄 수 있고, 그만큼 거래 성사율이 올라가니까요. 결국 공간이 많아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매칭이 활발해집니다.
둘째는 기술적인 부분인데, 지금도 DB를 구축해서 다양한 공간 정보를 가지고 있긴 해요. 다만, 300만 원짜리 큰 공간을 빌리려는 분들의 요구 사항은 정말 복잡하거든요. ‘주차장이 몇 대나 되는지, 무대 시설은 어떤지, 대기실이 있는지, 조명 세팅이 가능한지’ 이런 걸 일일이 물어보다 보니, 실제로 저희 직원들이 직접 상담을 해 주는 일이 많습니다.
이 부분을 자동화·지능화하기 위해 AI 기술이 들어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사용자가 ‘주차장 문의’ 같은 걸 하면 바로 DB에서 해당 정보를 끌어와서 보여주는 것이죠. 지금은 이 작업을 사람이 직접 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이걸 자동화, 효율화해야 합니다.”
-MAU, DAU 같은 지표로는 공간 거래를 설명하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MAU나 DAU 같은 지표로만 이 사업을 설명하기에는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 비즈니스는 ‘매일 접속해서 거래가 일어나는’ 형태라기보다는, 한 번 거래를 할 때 금액이 크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특징이 있잖아요. 그래서 일반 소비재 플랫폼처럼 ‘사용자 수를 계속 사들인다’는 식의 접근보다는, ‘정말 필요한 순간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행히 재구매율(재이용률)이 지금 50%를 넘고 있다는 건, 한 번 써본 사람들이 다시 쓸 만큼 만족도가 있다는 뜻이죠. 시장 자체가 고관여(High Involvement) 시장이죠. 특히 파티룸·스튜디오 같은 소규모 공간에 익숙해진 개인 사용자들뿐 아니라, 대행사나 기업 쪽에서 ‘이 플랫폼 편리하네!’ 하면서 반복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어요. ‘양적인 MAU 확대’보다도 ‘정말 공간이 필요할 때마다 바로 떠오르는 선택지’가 되는 게 핵심입니다.”
5. “공간에 들어갈 콘텐츠, 콘텐츠의 백엔드에 무수히 많은 것들을 연결할 수 있다.”
-공간에도 결국 공간을 채울 것이 필요합니다. 강연이든 시험이든, 경기든, 공연이든. 그 콘텐츠와 공간의 연결이 핵심인데요. 콘텐츠 뒷단에 필요한 모든 것으로 확장이 가능합니다.
“공간을 빌린 뒤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한 번에 연결해 드리는 거예요. 실제로 대행사분들이 공간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힘들어지는 게 현실이거든요. 업체 섭외부터 시작해서 무대 설치와 제거, 현수막 제작이나 인쇄물 작업도 해야 하고, 행사 끝나면 청소까지 해야 하잖아요. 지금까지는 이런 것들이 전부 따로따로 움직이는 아웃소싱 시장이었어요. 무대 설비 업체가 따로 있고, 청소 업체가 따로 있고, 현수막 제작소도 따로 찾으셔야 했죠. 그런데 내년 말쯤 이런 서비스들을 전부 플랫폼 안에 넣으려고 해요. 말하자면, 공간과 함께 필요한 모든 업체를 한곳에서 쉽게 매칭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팝업 스토어를 빌렸다고 하면, 거기에 필요한 인력부터 각종 설치물 제작, 청소, 렌탈 물품까지 한 번에 해결해 드릴 수 있게끔 준비 중이에요. 지금은 공간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조금 더 확장하면 “공간 + 모든 필요 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원스톱 설루션 플랫폼이 목표입니다.”
-지금 공간은 서울·경기만 제공합니다. 이 비즈니스가 쇼핑이나 배달처럼 계속 거래가 일어나기 쉽지 않으니… 빌릴 수 있는 공간의 한계,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의 한계가 찾아오면 시장 크기의 한계도 있을 겁니다.
“종합 광고대행사 전체 수주액이 25조 원 정도 되는데, 그중에서 오프라인 비중이 보통 20% 정도라고 하거든요. 그러면 5조 원 정도가 오프라인 행사나 프로모션에 투입되는데, 이 시장에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플랫폼이 없어요. 대형 광고대행사들도, 정작 오프라인 공간 섭외나 부대시설 마련은 여러 단계를 거쳐서 전화 돌리고 하청 주고… 2차, 3차 대행까지 쓰면서 공간 찾고, 설치·운영 인력 섭외하고, 청소 같은 것까지 전부 따로따로 아웃소싱하는 구조입니다. 2500만 명이 쓰는 배달앱 시장이냐, 아니면 30만 명 정도의 대행사·프로덕션 종사자들이 5조 원을 돌리는 오프라인 행사 시장인 셈인데요. 이 30만 명이 움직이는 5조 원 시장에 더 큰 기회가 남아있다고 봅니다. 배달처럼 공간 임대도 ‘이런 건 예전부터 전화로 하는 거지”라고 생각해서, 여태껏 디지털화가 안 이뤄진 것뿐이죠.”
- ‘공간 비즈니스’라고 하면 많은 투자자들이 일단 ‘부동산 분야인가 보다’ 하고 선입견을 가지시는 경우가 많다고요.
“사업이 부동산 임대업도 아니고 부동산 개발업도 아닌데도 부동산업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실제 많습니다. 특히 위워크 사태 이후 프롭테크에 대한 시선도 보수적이기도 하고요. 투자 심사 과정에서 제대로 만나 보기도 전에 “부동산 관련이면 안 돼” 하고 차단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물론 실제로 저희 비즈니스를 좀 자세히 살펴보시면 플랫폼이라는 걸 알게 되시죠. 오히려 앞으로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PB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맞춤형 공간을 기획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이런 형태의 공간은 시장에서 분명히 통할 것이다’라는 확신이 드는 영역에 직접 뛰어들어 볼 수 있게 되는 거죠.문제는, 저희가 이런 비전을 설명하기도 전에 “아, 부동산…?” 하면서 손사래 치는 투자자분들이 꽤 있다는 거예요. 부동산이라는 키워드 하나만으로도 부정적인 결론이 나는데, 이 허들을 넘어서 플랫폼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공간 개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일 겁니다.”
6. “앞으로 공간 수요? 공연 관련 수요가 훨씬 많아질 것”
-시장이 바뀔 때마다, 재빠르게 쫓아가는 포지션이군요. 회사도 성수동으로 옮겼다고요.
“팝업 스토어도 마찬가지였어요. 예전 직장 생활할 때부터 팝업 스토어를 꽤 많이 했지만, 그땐 이렇게까지 뜨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팝업 스토어 수요가 슬슬 늘어나기 시작했고, 우리 데이터를 보니 전환율도 높고 방문 속도도 빠르게 나타나는 걸 확인했어요. 실제로 성수동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앞으로 공간을 빌리는 수요. 어느 분야가 커질 것 같습니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공연 쪽이 엄청 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공연 매출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니지만, 만약 커지기 시작하면 우리가 제일 먼저 알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공연장을 구해야 하는데, 이게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학교 공연장 등 다른 공간이 필요할 테니 그 수요가 바로 눈에 들어올 테니까요. 그렇게 새롭게 생겨나는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캐치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는지, 해외 진출과 성공 가능성은 있나요.
“미국, 일본, 동남아 같은 곳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모두 공간을 연결하는 모델에 그쳐 있는데, 여기서 어떤 플랫폼이 영역을 확장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피버 같은 플랫폼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예약 결제를 하는 플랫폼인데, 쉐어잇이 공간과 콘텐츠를 같이 연결한다면 차별화 가능하거든요. 일본은 IT 플랫폼 침투율이 낮고,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글로벌 행사나 세미나가 많아 언젠간 해외에서도 테스트를 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꾸준한 2배 성장이 목표라고요.
“내년은 올해의 2배, 2029년 매출 목표 2000억원입니다. 플랫폼 규모 자체가 지금의 15배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요, 더 많은 공간, 더 많은 거래가 필요합니다. B2B에서 B2C의 모든 것으로 확장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특정 공간에 팝업스토어를 하게 된다면 뒷단의 설치와 청소, 운영에 대한 용역부터 실제 공간 운영에 들어가는 예약과 결제 플랫폼 같은 것들도 모두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