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2024년. 많은 이들이 가장 주목한 분야는 단연 AI 일 것이다. 하지만, AI 외에도 글로벌 벤처캐피털 투자가 집중된 또 다른 시장이 있었으니, 바로 휴머노이드다. 대표적인 사례로 피지컬 인텔리전스는 설립 1년여 만에 약 3조 원의 기업가치로 5천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고, 피규어는 약 4조 원의 기업가치로 1조 원에 가까운 투자를 유치했었다. 이 외에도 많은 휴머노이드 관련 스타트업들의 투자 소식이 어느 때보다 활발한 해였다. 또한, 구글 등에서는 로봇을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테슬라에서는 옵티머스의 본격화를 예고한 해이기도 했다.
그리고 2025년. 새해 첫날부터 로봇이란 키워드가 벤처캐피털 시장을 넘어 자본 시장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오픈 AI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개발하겠다”라고 밝힌 데 이어,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또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피지컬 AI” 시대를 선언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은 장기적으로 자동차 산업보다 더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로봇 분야가 AI 다음으로 뜨거운 투자 테마로 떠올랐다. 많은 전문가들은 챗GPT가 사회 전반에 발생시킨 혁신처럼, 로봇 분야에서도 유사한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과거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현대 기술의 집약체가 자동차였다면, 이제는 로봇이라 불릴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와 있는 듯하다. 휴머노이드에는 다양한 최신 기술이 필요하며, 특히 수많은 하드웨어 부품이 들어간다. 하드웨어로는 모터, 감속기, 토크센서, 그리퍼 등 통상 협동 로봇을 구성하는 부품들 대부분이 들어간다. 다만 팔과 다리가 각각 두 개씩 달린 인간형 로봇이니, 흔히 공장에서 쓰이는 협동 로봇보다 훨씬 많은 부품이 필요하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에 들어가는 부품 수가 협동 로봇보다 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부품 수요의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모터’라는 부품이 아닌, ‘로봇’ 구조의 혁신에 도전
패러데이다이나믹스는 바로 휴머노이드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모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필자의 어린 시절, 학교 앞 문방구는 미니카를 사려는 친구들과 조립한 미니카로 경주를 하며 내기를 하는 친구들로 늘 문전성시를 이뤘었다. ‘사이버 포뮬러’, ‘우리는 챔피언’이라는 만화를 보며 자란 필자 역시 친구들과 “누구 미니카가 더 빠른가”로 내기를 하곤 했다. 더 빠른 속도를 위해 배터리를 바꾸고, 기어에 기름칠을 하고, 모터를 교체했었다. 블랙 모터, 황금 모터의 영롱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는 이러한 모터가 로봇 산업의 핵심 부품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또한, 세월이 흘러 대학에서 로봇을 전공하게 되었지만, 휴머노이드는 여전히 SF 영화 속 이야기처럼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대규모 벤처캐피털들과 기업들의 투자, 그리고 AI의 발전은 휴머노이드 시대를 성큼 앞당기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작년 필자가 주목한 분야는 로봇의 핵심 부품이었다. 일반적으로 협동 로봇, 웨어러블 로봇, 휴머노이드 등의 로봇 관절부에는 더 정밀한 제어를 위해 모터 외에도 감속기, 토크센서 등 여러 장치가 결합된다. 그런데 이 구조는 오히려 높은 강성으로 인해 사람과 로봇의 상호작용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이자 전반적인 로봇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된다.
패러데이다이나믹스는 기존의 모터-감속기-토크센서 구조 자체를 혁신하기 위한 모터를 개발 중에 있다. 패러데이다이나믹스의 장한뜻 대표는 과거 오사카 대학 유학시절부터 카이스트 박사, 지금의 인천대학교 교수로 지내면서 수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해오고 있다. 대부분의 로봇 회사들은 더 나은 모터를 개발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모터 내부에 코일을 더 많이 감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 반면, 패러데이다이나믹스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접근을 통해 고토크밀도 모터로 기존 관절부가 가지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이러한 혁신의 가능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패러데이다이나믹스는 뮤렉스파트너스 뿐 만 아니라,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글로벌 유수의 4족 보행, 웨어러블 로봇 회사 등)로부터 투자를 유치하였고, 글로벌 탑티어 대학의 로봇 연구실에서도 패러데이다이나믹스의 모터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즉, 지난 수십 년 간 혁신이 일어나지 않았던 모터 시장에 패러데이다이나믹스는 모터뿐만 아니라 기존 부품 구조의 혁신이라는 큰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로봇 핵심 부품 기술 자립화율 80% 달성을 목표로 내건 가운데, 현재 한국의 로봇 부품 국산화율은 44%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중 모터의 국산화율은 38.8%로, 감속기의 35.8%와 함께 최저 수준(2023년 기준)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핵심 로봇 부품의 상당수를 아직은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현실에서, 패러데이다이나믹스의 도전이 국내 로봇 산업을 넘어, 글로벌 로봇 산업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