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의 최윤섭 대표입니다. 2025년 새해가 밝은 지 벌써 며칠이 지났습니다. 이번 ‘그때투자’ 기고를 통해서 저 DHP의 2024년 한 해를 돌아보고, 투자한 8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독자 분들께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DHP는 지난해 총 8개의 회사에 신규 투자했습니다. 비율로 보자면 투자 검토한 전체 회사 중에 약 2.4%에 해당합니다. 2023년에는 1.5% 정도의 회사에 투자했기 때문에, 전년도 대비 더 활발하게 투자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벤처투자 혹한기라고 하지만, 유망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지원이 늘었던만큼, 더욱 활발하게 투자를 집행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한 회사를 아래와 같이 하나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투자를 집행한 순서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픽스업 헬스
픽스업 헬스는 재활 치료사가 환자에게 재활 치료 프로그램을 손쉽게 제공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원격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입니다. 치료사는 픽스업의 솔루션을 활용하여 영상 라이브러리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영상을 직접 선택하여 쉽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재활 클리닉의 입장에서는 치료사가 픽스업 헬스의 솔루션을 통해 손쉽게 관련 보험 수가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임상원 대표님은 미국 MGH 보건전문대학원에서 재활치료학 석사, 하버드 공중보건 대학원에서 질병 역학 석사를 취득한 인재로,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 히브루 재활센터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재활치료사와 데이터 분석가로 근무한 헬스케어 전문가입니다. 재활 치료 현장에서 근무하시면서 발견한 문제를 직접 풀기 위해서 픽스업 헬스를 창업하셨습니다.

◇마이허브
마이허브는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을 병원 현장에 쉽게 도입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의료 인공지능 관련 기술, 인허가 및 개발사들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 인공지능이 병원에 도입되는 것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마이허브는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의 마켓플레이스 역할을 하는 ‘마이링크’를 통해서 의료 인공지능 개발사와 병원의 어려움을 모두 해결해줍니다. 특히 루닛, 뷰노, 딥노이드 등을 포함한 대표적인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들이 대부분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마이링크 플랫폼만 도입하면, 필요한 인공지능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이허브를 도입한 병원은 빠르게 증가하여 현재 300여개에 달합니다. 마이허브는 국내 대표적인 의료 인공지능 회사 뷰노를 비롯한 지멘스 등의 인재들이 창업한 회사로, 양혁 대표님은 뷰노의 의료 영상 사업 본부장 출신입니다.
◇컴파스 다이애그노스틱스
컴파스는 미국의 난임 클리닉을 대상으로 소형 호르몬 검사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미국 시카고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입니다. 미국은 난임 클리닉의 구조적 문제로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시간에서 하루가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2-3일 간격으로 클리닉에 방문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컴파스는 미국의 난임 클리닉을 대상으로 혈액에서 난임 관련 호르몬을 측정하는 소형 검사 기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Bio FET와 종이 카트리지에 기반한 기술을 통해서, 검사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고, 측정 시간을 수시간에서 10분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김민구 대표님은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의공학을 전공하시고, 스탠퍼드 MBA를 거치신 창업가입니다.
◇마인드허브
마인드허브는 뇌졸중, 경도인지장애 등 뇌질환에 대해서, AI 기반의 전산화 인지재활 프로그램 ‘제니코그‘를 서비스합니다. 뇌질환은 보통 치료사가 붙어서, 대상자를 위한 훈련 종류 및 난이도를 선택하고, 훈련을 모니터링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요.
마인드허브는 이런 인지재활 치료를 AI 기반으로 자동화해서 제공합니다. 먼저 병원 대상의 B2B 시장에 진입 중이며, 빅5를 포함한 고려대, 국제성모, 부산대 등 60개 병원에도 진입하여 인정비급여로 환자에게 과금하면서 서비스를 진행 중입니다. 이해성 대표님은 서울대에서 응용공학(딥러닝)을 전공하였으며, 기술, 기획, 영업 등의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지신 분입니다.
◇더블유디티티
더블유디티티는 일본의 시니어 케어 시장을 인공지능으로 혁신하려고 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일본은 이미 2007년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였고, 돌봄 요양이 필요한 인구도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등 시니어 케어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디지털 화가 크게 뒤쳐져 있습니다.
더블유디티티는 일본의 요양 서비스 전체 워크플로우를 통합할 수 있는 디지털 솔루션, ‘모두의 케어(みんなのケア)’ 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행정 업무가 과도하면서도 여전히 아날로그 (수기 작성, 녹음기 저장 등)로 진행되는 요양 계획 작성, 요양 보호사 배정, 보험금 청구 등의 프로세스를 디지털 솔루션으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임석준 대표님은 라인, 세일즈포스, 쿠팡 등에서 근무한 프로덕트 전문가입니다. 특히 라인 메신져의 초창기부터 DAU 10억명에 이르기까지 프로덕트 매니저로, 라인 뮤직은 시작부터 일본 제2위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되기까지 비즈니스를 이끈 경험을 가지신 분입니다.
◇그래비티랩스
그래비티랩스는 리워드 기반 건강관리 앱 ‘머니워크‘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머니워크는 ‘표면적으로는’ 앱테크 (앱+재테크) 앱으로 걷기 습관 및 다양한 건강 관련 액션 (AI 건강 카메라, 식단 입력, 인바디 등)을 유도하기 위해 리워드를 사용자에게 제공합니다. 이렇게 리워드 기반으로 다양한 헬스케어 액션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여, ‘장기적으로는’ 미래 건강 수명을 예측하고 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생활 습관 개선 서비스로 발전하려 합니다.
머니워크는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300만을 돌파하였고, 빠르게 성장하며 앱스토어 건강 분야 1위를 달성하기도 하는 등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김운연 대표님은 연세의대를 휴학 중인 패기 넘치는 학생 연쇄창업가이십니다.
◇에이인비
에이인비는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항체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회사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신약 개발 분야에도 큰 혁신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요. 에이인비는 드물게도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특정 질병 타겟에 대한 항체 신약 후보 물질을 디자인하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입니다. 모든 항원에 대해서 4주 이내로 신규 항체를 생성하고 자체 실험실을 통해서 검증 가능한 인프라까지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에이인비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항체 생성이 어려운 질병 타겟에 대해서 자체 개발한 기술로 후보 물질이 생성 가능함을 증명하였고, 현재 여러 제약사 및 바이오텍과 협업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박은영 대표님은 삼성종합기술원, 삼성바이오에피스, ABL 바이오, 스탠다임 등을 거친 항체 신약 개발 전문가이십니다.
◇퍼플AI
퍼플AI는 뇌신경 분야의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의료 인공지능 스타트업입니다. 뇌신경 분야는 의료 영상 AI 시장에서 가장 크고 잠재력이 높은 분야로, 의료 영상이 치료에 미치는 영향도 큰 분야인데요. 퍼플 AI는 전략적으로 이런 뇌신경 분야의 CT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퍼플AI는 CT에 기반해서 뇌출혈, 뇌경색, 뇌동맥류를 진단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습니다. 특히 이 중에 뇌출혈 진단 인공지능은 FDA 및 식약처의 인허가를 받았고,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기를 통해서 올해 중으로 비급여로 일선 병원에서 환자에게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입니다. 퍼플AI는 SK C&C 내부의 디지털 헬스케어 팀이 2024년 10월에 분사하여 설립된 회사로, 팀장을 맡아오던 박병준 팀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셨습니다.
◇DHP의 2024년 투자 키워드, 2025년 키워드는?
이렇게 2024년 새롭게 DHP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구성을 살펴보면 아시겠습니다만, 저희는 디지털 헬스케어 중에서도 특히 인공지능, 시니어 및 글로벌에 주목했습니다. 8개의 신규 투자 중에서 마인드허브, 에이인비, 퍼플에이아이 등 7팀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입니다. 또한 한국이 지난 12월 초고령화사회로 돌입했듯이 시니어 시장도 매우 관심있게 보고 있으며, 그 결과 마인드허브, 더블유디티티 등의 시니어 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픽스업헬스, 컴파스다이애그노스틱스 (미국), 더블유디티티 (일본)와 같은 글로벌 스타트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했습니다.
DHP는 현재 신규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펀드를 결성하는 등 2025년에도 적극적인 투자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작년에 투자한 8개의 스타트업에 이어서, 올해에도 인공지능, 시니어,글로벌 등의 키워드와 관련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주목하려 합니다. 특히, 최근에 여러 경로를 통해서 강조드리고 있듯이, 의료를 10배 이상 개선할 잠재력을 갖춘, 소위 ‘10X 의료’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