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론 다음 정권에서 꼭 들고 가야 하는 주식이라고 봅니다.”(50대 직장인 양모씨)

공기업 한국전력에 대한 아재 개미들의 나홀로 주식 매수가 화제다. 한전은 6월 말 기준 개인 주주 수가 52만명에 육박해 1년 전보다 24% 늘어났다. 3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엔 38만명 정도였는데 해마다 늘어나더니 어느새 역대 최대치다.

지금도 개인 투자자들은 계속 한전 주식을 매입하고 있으니 올 연말 소액주주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개인 순매수 기준 8위 종목(1조2000억)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외국인과 기관이 내다판 물량을 개인들이 몽땅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전경.

증권가에서는 한전을 매수하는 개미들이 올해 주식시장에 처음 입성한 20~30대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중년층이라고 보고 있다. 2030 젊은 주린이들이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미래 성장주를 사모을 동안, 아재들은 한전에 러브콜을 보내며 적극 매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 경력 20년차인 투자자 신모씨는 “현 정권에서 한전 주주는 표 카운팅할때 무시해도 되는 존재인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한전은 환율이나 원가 측면에서 유리해져 마진도 좋아지고 실적 개선에 따라 배당도 넉넉히 줄 것 같아 못 참고 매수했다”고 말했다.

50대 직장인 이모씨도 “(내가) 신입사원일 때 한전은 시총 1위 종목으로 전체 비중의 25%가 넘어 한전이 올라야 코스피지수도 오른다고 말할 정도였다”면서 “지금은 정부 규제 때문에 어려워졌지만,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치를 고려하면 현재 한전 주가는 정말 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재 주주들의 무한 애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전 주가는 좀처럼 날아오르지 못하고 있다.

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만 해도 한전 주가는 4만5000원 안팎이었고 배당금도 790원이나 줬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한전 주가는 반토막이 난 상태고 배당금은 최근 2년간 나오지도 않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것이 원인이다. 원가보다 전기요금이 싼 비정상적인 상황에 빗대어 나왔던 ‘두부(전기료)가 콩(연료비)보다 싸다’는 한전 사장의 발언을 떠올리면 된다.

지난 6일에도 문 대통령이 코로나 유행 장기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한전 주가는 또 흔들렸다. 이날 한전 주가는 전날보다 1.5% 내린 2만300원에 마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전기요금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한전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대형 증권사 임원 A씨는 “올해 주식시장에 처음 들어온 청년 주린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중년층 사이에선 한전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면서 “올 1분기부터 한전 실적은 턴어라운드하고 있는데 주가는 지난 2016년 고점을 찍은 후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 임원 B씨도 “올해 한전은 5%대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데 주가는 바닥 근처라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개인들의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면서 “작년 큰 적자로 인해 기저 효과도 발생할 테고, 초저금리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속에서 한전 정도면 안정적이고 무난한 대안이라는 인식도 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다른 주식 전문가는 “한전 같은 공기업 주식은 지금 정권에서 사면 무조건 물린다”면서 “저평가 매력에 배당은 5% 넘게 줄 것 같아 들어갔다가 주가가 더 많이 빠져 크게 손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크게 좋아진 실적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단기 이벤트라는 의견도 있다. 올해 한전은 4조원 이상 영업이익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본질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연료비 연동제(원자재 가격만 반영)를 넘어 전력구입비 연동제(환경 비용도 반영)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공약이자 최우선 국정과제인 한전공대 설립을 공기업인 한국전력 입장에선 반대하기 힘들다. 오는 2022년 개교가 예정된 전남 나주 한전공대 조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