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 BTS(방탄소년단)를 키워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의 주가가 연일 추락하며 상장 후 보름 만에 공모가 근처까지 내려왔다.

30일 빅히트의 주가는 전날보다 9.55%(1만5000원) 급락한 14만2000원을 기록했다. 상장 후 최저가로, 공모가인 13만5000원과도 불과 7000원 차이다. 빅히트의 최대 주주(1237만7337주)인 방시혁 대표는 이날 하루에만 주식 평가액이 1857억원 줄어들었다.

이날 빅히트 주가 하락은 기관투자자가 ‘상장 후 15일 동안은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물량이 증시에 풀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빅히트는 지난 15일 상장했기 때문에 이날부터 기관이 보유한 빅히트 주식 20만5463주가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됐다. 이날 기관투자자의 빅히트 주식 순매도량은 9만3589주에 달했다.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4거래일 동안 기관이 순매도한 빅히트 주식은 불과 3011주에 그쳤다.

중국계 벤처캐피털 웰블링크가 보유하고 있는 빅히트 상장전환우선주 일부가 보통주로 바뀌어 조만간 증시로 풀리게 된 점도 악재였다. 빅히트는 29일 웰블링크의 상장전환우선주 177만7568주 가운데 절반인 88만8784주를 다음 주 추가 상장한다고 공시했다. 상장전환우선주(RCPS)란 채권처럼 만기 때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와 원할 경우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언제든 팔 수 있는 권리를 모두 가진 상품이다. 주식과 채권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웰블링크가 보통주로 전환한 빅히트 주식은 다음 달 3일 상장되지만, 한국거래소 규정상 보통주 전환 추가 상장 주식은 상장일보다 2거래일 앞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날부터 매도가 가능했다. 웰블링크는 BTS가 지금처럼 큰 인기를 끌지 않았던 2016년부터 빅히트에 투자했기 때문에 RCPS를 주당 2118원에 취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내 증시는 코로나 확산 우려로 미국 선물지수가 2%대 하락한 영향을 받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56% 하락한 2267.15를 기록했고, 코스닥 지수도 2.61% 하락한 792.6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23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9월 25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