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하루도 안 빼놓고 팔아서 뒤통수 치는데 뭐 하러 사나요, 떨어질 게 뻔한데...”

“힘 없는 원화보다는 달러가 훨씬 낫죠. 한국보다 공매도 스트레스도 덜합니다.”

올 들어 3000선을 뚫으며 승승장구했던 한국 증시가 힘 빠진 모습을 보이자, 버거장으로 이동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버거장은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즐겨 쓰는 미국 주식시장의 별칭이다.

개인들은 올해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이 25조원 상당의 한국 주식을 팔면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1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5% 하락한 3086.66에 마감해 3100선 밑으로 떨어졌는데, 이날도 기관은 6552억원 어치 매도세를 이어갔다.

개인 투자자들의 최애 주식인 삼성전자도 이날 전날보다 1.32% 하락한 8만2100원에 마감했다.

주부 최모씨는 “반도체 업황이 호황이라길래 삼성전자를 샀는데 올해 고작 1.4% 올랐다”면서 “비슷한 시기에 친구는 대만의 삼성이라는 TSMC ADR(미국 주식예탁증서)을 샀는데 25% 수익률이라고 하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맨하튼의 나스닥 전광판.

한국 증시에서 짐 싼 개인 투자자들은 버거장으로 갈아타고 있다.

18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잔액은 약 457억3740만달러(50조6500억원)로, 전달보다 23% 늘어났다. 1년 전인 2020년 1월 말과 비교하면 400% 증가했다.

최근 한 달간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은 테슬라, 애플, TSMC, 아크 이노베이션 ETF, 아크라이트 클린 트랜지션 순이다.

개별 증권사의 해외 주식 관련 통계도 연일 신기록 경신 중이다.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 1월 해외주식 월 약정금액이 14조1000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월 약정금액과 비교하면 2560% 증가했다. 또 지난해 1월 해외 주식 활동 계좌는 3만2000개였는데 올해 1월 활동계좌는 38만계좌로 1071% 증가했다.

한국 증시는 개인 투자자들의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거래 대금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하루 거래 대금은 최고 44조원에 달했지만 최근엔 20조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40대 투자자 정모씨는 “그 동안 해외 주식은 세금 부담이 있어서 꺼렸는데 요즘 한국 증시는 기관 놀이터로 전락해버린 느낌이 든다”면서 “자산배분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기관들이 말 그대로 한국 주식을 갖다 버리고 있어서 대안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5700만원을 돌파한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상담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이 난 한국 주식을 팔고 가상화폐로 이동한다는 분석도 있다.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최근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18일 오후 비트코인 가격은 58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4배 이상 오른 비트코인은 올해도 추가로 80% 넘게 상승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