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삼성전자 지분을 0.003% 보유 중인 개인 투자자의 주식 1만주 매수 공시가 떴다. 지분 0.003%라고 해서 평범한 주주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66억원(종가 8만2800원 기준)에 달하니까 말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김기남 부회장이 회사 주식 1만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반도체 부문(DS) 대표이사인 김 부회장은 지난 21일 8억3800만원을 투자해 보통주 1만주(주당 8만3800원)를 샀다.

원래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식을 20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주식 매수로 보유 주식 수는 총 21만주가 됐다.
김 부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지난 2019년 5월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그는 주당 4만2882원에 2만5000주를 매입해 20만주를 모았다.
대표이사의 1만주 주식 매입 소식이 알려지자, 삼성전자 주주들이 모여있는 토론 게시판과 채팅방은 이날 밤 늦게까지 들썩였다.
주주 A씨는 “대표이사가 많이 구매하는 걸 보니 그만큼 회사가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면서 “임직원들이 앞다퉈 자사주를 사들일 정도로 전망이 밝다는데 주가는 왜 96층(최고가 9만6800원)까지 갔다가 뚝 떨어진 건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주식 투자자 B씨는 “김기남 부회장이 며칠 전 주당 8만3800원에 샀고 오늘(23일) 주가는 8만2800원인데, 현재 가격대에서 사면 김 부회장보다 낮은 평단이 되는데 김 부회장의 안목을 믿고 입주하면 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위상은 어마어마하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주주 수는 약 295만명으로, 2위인 현대차(약 69만명)보다 4배나 많다. ‘투자 잘 모르겠으면 그냥 삼성전자나 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삼성전자 사랑은 아직도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금액으로 따지면 총 2조7000억원으로, 순매수 2위 종목인 네이버(9500억원)를 압도한다.
과연 김 부회장의 삼성전자 1만주 매수 뉴스는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은 관계로, 연구소 소속 객원 연구원 3명에게 솔직한 의견을 물어봤다.
이들은 왕개미 연구소 설립 후 20회 기념호인 이번 보고서에 특별히 합류했다. 모두 여의도에서만 20년 이상 일한 주식통이다.
대형 증권사에서 일하는 로버트(필명) 연구원은 김 부회장의 불타기(기존 매수 단가보다 비싸게 사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해 김 부회장의 연봉은 약 83억원이었는데, 이번 1만주 주식 매수에 들어간 돈이 연봉의 10%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회사 실적이 예상을 크게 웃돌 정도로 좋아진다고 봤다면 더 큰 금액을 베팅했어야 하는데, 매수 금액은 연봉의 10% 수준에 불과했다”면서 “자산 배분 목적의 단순 주식 매수일 가능성이 크며, (투자자 입장에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운용사 임원인 알버트(필명) 연구원은 ‘머니무브'의 연장선상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그는 “최근 상가나 빌딩 등은 자영업 부진으로 수요가 줄면서 수익률이 신통치 않은데, 삼성전자는 꼬마 부동산보다 안정적이고 전망도 좋다”면서 “국가 신인도보다 높은 삼성전자가 그에겐 국채보다도 탄탄한 안전자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반도체 업황에 대한 자신감,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해 높은 환금성, 또 세금 이슈(자녀 상속 증여 때 부동산보다 유리)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자문사 대표로 재직 중인 길버트(필명) 연구원은 김 부회장이 내년 초에 있을 입주민 회의(주주총회)를 벌써 걱정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고 짐작했다.
그는 “삼성 반도체의 전설이 투자의 전설이 될 것인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라며 “9층(주가 9만원대)에 입주해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는 개인 주주들이 상당히 많은데 김 부회장이 8층에 입주하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