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대학을 졸업한 김모(24)씨는 최근 취업에 성공하자마자 은행에서 6000만원 한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김씨는 “주변 친구들이 월급 모아서 언제 집 사느냐고, 주식이나 가상 화폐 굴려야 한다고 해서 마이너스 통장을 냈다”면서 “이자도 연 2%라 낮은 편이고, 은행에서 빌린 돈이라 위험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했다.
27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지난 4년간 2배 넘게 늘어난 20대의 은행 대출 잔액은 갈수록 빚더미가 커져가는 중이다. 작년 한 해 동안 20대의 은행 대출은 32조7000억원에서 44조5000억원으로 36.1% 늘었다. 전 연령 평균 증가율인 11%를 크게 웃돈다. 30대 은행 대출도 1년 만에 17.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낸 은행 빚이 대부분 집을 사기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주식과 가상 화폐 ‘빚투(빚내서 투자)’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은행 대출 중 20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31조4000억원으로 2017년 1분기 대비 201.9% 폭증했다. 30대 주담대는 52.6%로 그 뒤를 이었지만 증가 규모는 52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은행 신용대출 증가율 역시 20대(101.7%)와 30대(73.7%)가 40대(53.2%), 50대(41.6%), 60대 이상(42.9%)보다 월등히 높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빚에 대한 거부감이 약한 2030세대는 저금리 시대에 이자 부담도 낮아 공격적으로 접근한다”며 “주식이나 가상 화폐 등 투자 목적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30세대 연체액 급증
문제는 연체액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20대의 은행 연체액은 2017년 1분기 499억원에서 올해 1분기 1335억원으로 167.5% 늘었다. 30대 연체액도 2659억원에서 3244억원으로 22% 증가했다. 반면 40대(-13.8%), 50대(-19.4%), 60대 이상(-1.8%)은 오히려 4년간 연체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자산이 많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과도한 대출은 미래 경제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 요인”이라며 “설상가상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채권이 부실화되면서 금융권 위기로까지 퍼질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주식·가상화폐에 투자한 2030세대
작년 말부터 시작된 가상 화폐 투자 열풍은 20대가 주도했다. 올해 1분기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 등 국내 4개 가상 화폐 거래소 신규 가입자 249만5289명 중 20대는 81만6039명(32.7%)으로 가장 많았다. 단순히 거래소에 가입만 한 것은 아니었다. 4대 가상 화폐 거래소 예치금은 올해 1분기 2516억6000만원에서 5675억3000만원으로 배 넘게 증가했는데, 20대가 증가율이 154.7%(346억원→ 881억원)로 단연 높았다.
부동산 시장은 30대가 주도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매매된 서울 아파트 2만69건 중 30대가 7358건(36.7%)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로 높은 40대(26.6%)와도 격차가 컸다. 2년 전 서울 아파트를 매입한 양모(36)씨는 “수억원 빚을 내 무리하게 집을 샀다고 생각했는데 집값이 더 올라서 그때 안 샀으면 큰 손해였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주식 투자에서도 20~30대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전체 20대 중 주식 투자자는 2019년 23.9%에서 2020년 39.2%로 15.3%포인트 증가했다. 30대도 같은 기간 28.3%에서 38.8%로 10.5%포인트 올랐다. 40대(8.2%포인트)와 50대(3.7%포인트) 증가율보다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