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는 대형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등락률이 ‘양극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SK바이오사이언스나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백신 위탁 생산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오른 반면, 나머지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크게 하락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백신 위탁 생산 기업의 주식을 많이 순매수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연기금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8430억원 순매수)였다.
연기금은 백신주를 위주로 한 바이오 산업 외에도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라 불리는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백신주 가파른 주가 상승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이후 지난 25일까지 주가가 115.4% 상승했다. 25일 종가 28만원은 공모가(6만5000원)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바이오 기업 노바백스와도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고, 향후 노바백스의 코로나 백신도 생산해 국내에 공급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24일 키움증권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목표 주가를 37만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모더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역시 올 들어 16.6%가 올랐다.
해외 증시에서도 모더나 등 백신 기업의 주가가 작년 말 대비 크게 상승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백신 개발·위탁 생산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이다. 다만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을 정식 사용 승인하면서 아직 FDA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백신들이 긴급·정식 사용 승인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 코로나 백신과 관련이 없는 대형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는 작년 말 대비 크게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 에이치엘비 주가는 작년 말 대비 7.2% 상승했지만, 셀트리온(-21.4%)과 셀트리온헬스케어(-26.2%), 씨젠(-32.4%) 등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지난달 상장한 진단 기기 업체 에스디바이오센서 역시 상장 이후 주가가 10.4% 하락했다. 다만 KTB투자증권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 “현재 시장 컨센서스(전망)에 렉키로나주(코로나 치료제) 실적 추정치가 공격적으로 반영돼 있지는 않아 유럽 허가 이슈 및 수주 현황 등에 따라 주가에는 긍정적인 이벤트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 투자 판단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사이언스보다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선호한다”고 했다.
◇연기금, 신성장 동력에 매수 집중
올 들어 연기금도 백신 생산 기업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연기금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고, SK바이오사이언스도 순매수 5위(3200억원)였다. 바이오 기업 중에는 SK바이오팜도 순매수 9위(1910억원)였다.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3개가 바이오 기업이었던 것이다.
연기금은 바이오를 포함해 ‘신성장 산업’에 많이 투자했다. 연기금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6종목이 지난해 혹은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들이었다. 순매수 2위가 카카오뱅크(5040억원), 3위가 크래프톤(4410억원)이었다. 4위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3600억원)였고,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5~6위였다. SK바이오팜도 지난해 상장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와 하이브 등도 단순히 금융주·엔터테인먼트주라는 측면 보다는 IT를 접목한 플랫폼 기업으로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