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등 주요 국의 강력한 규제로 약세를 보였던 가상화폐 시장이 다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석 달 만에 2조달러대를 회복하고, 국내 코인 거래 가격이 외국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 현상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9월 25일부터 금융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거래소들이 줄폐쇄될 예정이어서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30일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가상화폐 전 세계 시가총액은 2조550억달러(2398조원)를 기록 중이다. 가상화폐 시총이 2조달러를 돌파한 것은 시장이 한창 과열돼 비트코인 등 대부분 코인 가격이 최고점을 찍었던 4~5월 이후 석 달 만이다. 가상화폐 시총은 5월 8일 역대 최고점(2814조원)을 찍은 후 급락해 7월 25일에는 1389조원으로 반 토막 났었다.
김치 프리미엄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김치 프리미엄은 25%에 육박했다. 한국 거래 가격이 글로벌 시세보다 25%가량 높았던 것이다. 그러다 가상화폐 시장이 폭락하면서 7월 30일부터 8월 20일까진 0%대에 머물렀는데, 최근 열흘간 다시 프리미엄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 비트코인 등 주요 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은 1.1% 수준이다.
가상화폐 과열 양상은 거의 모든 코인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 상장된 102개 코인 중 최근 한 달간 하락한 코인은 1개에 불과하다. 이 중 5개 코인은 시세가 두 배 이상 뛰었고, 엑시인피니티라는 코인은 석 달간 무려 16배나 상승했다.
가상화폐 과열은 5월 이후 강도 높은 각국 규제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호재성 소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온라인 결제 기업 페이팔은 작년 10월 미국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한 데 이어 최근 영국에서도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트위터 CEO인 잭 도시는 28일(현지시각)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비트코인 탈중앙화 거래소를 개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국내에서 9월 24일까지 금융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거래소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국내 거래소는 63곳인데, 이 중 최소 24곳은 문을 닫아야 한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한 요건을 갖춰 금융 당국에 신고한 거래소는 업비트 한 곳뿐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9월 25일 이후 폐업을 하거나 영업을 중단하는 거래소가 속출해 피해가 우려된다”며 “사전에 예치금이나 가상자산을 인출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