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유액이 지난 14일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인 763억6000만달러(약 90조원)까지 불어났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보유액은 작년보다 62%, 2년 전보다 428% 급증했다. 올 들어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서학 개미들의 투자 리스트에 오른 인기 종목들도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수익은 반갑지만 문제는 세금이다. 고수익 때문에 자칫 내년에 ‘양도소득세 폭탄’을 맞을 수 있어 절세 대책이 필요해졌다. 양도세 신고 시기는 내년 5월이지만 결제일 기준으로 올해 거래된 주식에 세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해외 주식의 경우 투자 종목의 수익과 손실을 합친 뒤 실제 수익이 250만원을 넘으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
현재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국내 주식과는 차이가 있다. 국내 주식의 경우 2023년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해외 주식처럼 수익과 손실을 합친 금액에서 5000만원을 공제한 뒤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손실 본 종목 팔면 과세 금액 줄어든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해외 주식 등을 매매한 투자자들에겐 양도 차익에 대해 22%(양도세 20%+지방세 2%)의 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차익 중 250만원까지는 과세 대상에서 빼준다.
그런데, 이익을 본 종목과 손실이 난 종목을 합쳐서 순익을 계산하기 때문에 해외 주식 중 손실이 난 종목이 있다면 연내에 손절매할 경우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종목 중에서 ‘더 보유해도 주가가 많이 오를 것 같지 않다’고 판단되는 종목을 연내에 매각하면 과세 대상 금액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초에 테슬라 주식을 5000만원어치 매수한 투자자가 지난 12일 전량 매각했다면 주가가 46.4% 상승해 2320만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공제액(250만원)을 빼고, 22% 세율을 적용하면 약 455만원을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이 투자자가 올해 초 페이팔 주식을 5000만원 매수했고, 지난 12일 팔았다면 주가가 11% 정도 떨어진 상태라 555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럴 경우 테슬라에서 발생한 수익 2320만원에서 페이팔에서 발생한 손실 555만원과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뺀 1515만원이 양도세 부과 대상이다. 양도세는 333만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현재 손실을 기록 중인 종목을 과감하게 팔아서 세금을 줄일지, 아니면 계속 보유하면서 주가 상승을 기대해볼지는 투자자가 직접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올해 해외 주식 양도세 급증 예상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납부할 세금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서학 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대부분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서학 개미들의 순매수 1위 종목인 테슬라(9억6300만달러)의 경우 작년 말 대비 46.4% 상승했다. 순매수 2위인 구글(69.7%)을 비롯해 3위 애플(13.7%), 4위 메타(페이스북·24.8%) 등도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테슬라가 주가 1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주가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자 차익 실현에 나선 투자자들도 늘었기 때문이다. 테슬라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간 지난달 초부터 지난 12일 사이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3억5100만달러 순매도했다. 미 증시 대표 종목 중에는 지난해 말보다 주가가 크게 상승한 종목이 많아, 서학 개미들은 테슬라 등 올 들어 많이 투자한 종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해외 주식 투자를 시작한 투자자라면 양도세 납부 절차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해외 주식 거래가 가능한 대부분 증권사에서는 해외 주식 양도세 조회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 이러한 서비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