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옆걸음치는 횡보장이 이어지면서 개별 종목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아졌다. 종목 선별이 어렵게 느껴질 때 선택 가능한 대안이 ETF(상장지수펀드)다. ETF는 기본적으로 ‘펀드’라 여러 주식에 분산 투자할 수 있으면서도 주식처럼 증시에 상장돼 쉽게 거래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세액공제를 위해 연말에 개인연금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목돈을 넣었다면 연금 자금을 활용해 ETF 투자를 해볼만 하다. 연금 계좌로는 개별 주식 투자는 할 수 없지만, ETF를 통한 간접 투자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외주식형 ETF를 통해 해외 주식에 간접 투자도 할 수 있다.

새해에는 어떤 ETF에 투자하면 좋을까. 국내 6개 주요 자산운용사의 ‘2022년 투자 추천 ETF’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친환경’과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였다. 본지가 각 운용사로부터 내년에 투자할만한 ETF를 3종목씩 총 18종목 추천 받은 결과, 친환경(6종)과 메타버스(4종)가 가장 많았다.

◇내년 ETF 투자 키워드 친환경·메타버스

친환경 테마 ETF는 올해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쳤지만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이어나가는만큼 내년에는 좋은 수익률을 기대해볼만 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주요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KINDEX 미국 친환경 그린테마 INDXX’를 추천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친환경 관련 사업에서 발생하는 미국 상장사 50개에 분산 투자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친환경차인 전기·수소차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HANARO Fn 전기&수소차’를 추천했다. KB운용도 ‘KBSTAR Fn 수소경제 테마’와 ‘KBSTAR 글로벌 클린에너지 S&P’ 등 친환경 ETF 2개를 추천했다.

운용사들은 ‘녹색 원자재’라고 불리는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ETF도 추천했다. 삼성과 NH-아문디운용은 각각 ‘KODEX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과 ‘HANARO 글로벌 탄소배출권 선물 ICE’를 권했다. NH-아문디운용은 “탄소배출권 가격 추이는 주식·채권 등 자산들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포트폴리오(자산 목록) 분산 차원에서도 투자해볼만 하다”고 했다.

/일러스트=박상훈

삼성·미래에셋·KB·한투운용은 22일 상장한 글로벌 메타버스 ETF도 ‘내년에 투자해볼만한 ETF’로 추천했다. 정성인 한투운용 ETF전략팀장은 “코로나로 등장한 ‘비대면 경제’의 영향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시장 확보 전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메타버스 원천 기술 개발 및 확보를 통해 실질적인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메타버스 ETF는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테크기업·배당주 등 투자도 가능

미국 주요 테크(기술)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미래에셋운용의 ‘TIGER 미국 테크 TOP10 INDXX’를 선택할 수 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미국 대표 테크 기업 10개에 집중 투자하는 ETF다. 좀 더 투자의 범위를 넓힌다면 한화운용의 ‘ARIRANG 미국 나스닥 테크’도 있다. 나스닥 대표 기업 중 40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ETF다.

배당주 위주로 투자할 수도 있다. 한화운용은 국내 주식 중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이 높은 30개 대형주에 투자하는 ‘ARIRANG 고배당주’와 미국 기업 중 배당수익률 상위 100종목에 투자하는 ‘ARIRANG 미국 다우존스 고배당주’를 추천했다. 한투운용도 ‘KINDEX 미국 고배당 S&P’를 추천했다. 10년 이상 배당을 지급한 미국 기업 중에서도 성장성이 있는 기업 100곳을 추려 투자한다.

미래에셋운용은 리츠·인프라 펀드 등에 투자하는 ETF인 ‘TIGER 부동산 인프라 고배당’을 꼽았다. 원래는 고배당주에도 투자하는 ETF였는데, 최근 자산 재조정을 통해 국내 최초로 주식·채권이 아닌 리츠·인프라 등에만 집중 투자하는 ETF로 탈바꿈했다. 이 ETF의 올해 분배금(펀드의 배당금)은 300원으로 분배율(ETF 가격 대비 분배금 비율)은 5.3% 수준이다.

투자 성향에 맞춰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KODEX TRF 시리즈 3종(TRF 3070·TRF 5050·TRF 7030)도 있다. 선진국 주식과 국내 채권에 함께 투자하는 ETF다. TRF 3070은 선진국 주식에 30%, 국내 채권에 70%를 투자하는 ETF로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반대로 TRF 7030은 선진국 주식 비중이 70%인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