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월 종료 예정이던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기로 한 가운데, 코로나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빌려준 ‘코로나 대출’ 부실률이 1년 2개월 만에 10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대출이 한꺼번에 부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분할 상환을 유도하고 채무 재조정도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네 번째 연장되는 중기·소상공인 대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주요 은행장들을 만난 뒤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하고자 한다”며 “그동안 세 차례 연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등 코로나 변이 대유행으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경영 여건은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대책은 대선 이후인 3월 중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는 2020년 4월부터 시작됐다. 원래 6개월 한시 조치로 시작됐지만, 그동안 6개월씩 세 차례 연장된 데 이어 이번에 네 번째로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국회는 지난 21일 추가경정예산을 통과시키며 “전 금융권의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만기 연장 금액은 115조원, 원금 상환 유예 12조1000억원, 이자 상환 유예 5조원으로 총 지원 규모는 132조원에 달한다.
금융 당국은 코로나 장기화로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자영업 경영 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누적된 자영업 부채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기울일 시점”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대출 부실 1년 새 0.2%→2.2%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출 부실률은 지난 22일 기준 2.2%에 달했다. 부실률은 연체가 발생하거나 휴·폐업 등 사유로 금융사가 부실 처리한 대출 비율을 말한다. 부실률은 2020년 12월 0.2%를 기록한 뒤 2021년 6월 1.3%, 2021년 12월 1.7%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소상공인 위탁보증은 코로나 지원책 중 하나로 2020년 상반기부터 시행됐다. 소상공인이 신보의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신보가 95% 보증하는데 첫 2년간은 이자만, 그 뒤 3년간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구조다. 2월 말 현재 신보의 소상공인 위탁보증 잔액은 7조1132억원 수준이다.
◇대출 부실 한꺼번에 터지지 않게 관리해야
소상공인 대출 부실은 아직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다. 작년 12월 말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0.21%로 전달보다 0.04%포인트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지원으로 인한 ‘착시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신보의 소상공인 위탁보증(7조1132억원)은 전체 코로나 대출 지원 규모(132조원)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다. 하지만 3000만원 이하 대출의 부실률이 단기간에 치솟은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소액 대출의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자영업자들의 자금 사정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보는 올해 연말 부실률이 5.1%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작년 말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 대출 부실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8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4.2% 증가한 규모인데, 같은 기간 가계 대출 증가율(10%)에 비해 더 가파르게 늘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정부 지원 조치 종료가 자영업자들을 회복 불능의 상태로 몰아가지 않도록 점진적인 출구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정 시점에 상환 부담 및 부실 위험이 몰리지 않도록 자영업자 대출을 장기 분할 상환 상품으로 전환하는 등 상환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거나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