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던 국제 유가가 일주일 새 20% 넘게 급락하며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15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4월물)는 전날보다 배럴당 6.57달러(6.4%) 떨어진 96.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5월물)도 배럴당 99.91달러로 마감했고, 두바이유도 94.1달러에 거래를 마치는 등 3개 대표 유종이 모두 100달러를 밑돌았다.
지난 8일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하자 배럴당 123.7달러까지 올랐던 WTI는 불과 5거래일 만에 22% 급락했다. 당시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조만간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고, 골드만삭스 175달러, JP모건은 18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국제 유가 전망이 크게 빗나가며 급락한 것은 일단 독일 등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에 동참하지 않은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또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할 이란과의 핵 합의 복원 기대 등도 원유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이 코로나 재확산세로 주요 도시를 봉쇄한 것도 석유 수요 감소 신호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일방적인 가격 하락세보다는 단기적으로 급등락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가 데이터로 가시화되는 데는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면서 “이달 말부터 공급 부족이 확인돼 올여름 배럴당 125달러로 다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들어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원유 등 실물자산에 50% 이상 투자하는 특별자산펀드에 지난달에만 8600억원을 신규 투자한 상황이다. 유가가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면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