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블록체인협회 오갑수 회장


한국인이 개발한 스테이블 코인 테라-루나의 폭락사태로 전세계 디지털자산시장이 요동쳤다. 주요 투자자인 MZ세대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졌다. 한국계 코인이라는 이유로 디지털 한국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테라-루나코인은 코인평가사로부터 A+등급을 부여받을 만큼 안정적인 코인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단 며칠만에 값어치가 거의 제로가 되어버렸다. 암호화폐의 천재로 추앙받던 개발운영자가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고, 언론의 추격을 받는 도망자의 이미지로 추락했다.

애초부터 담보자산이 없어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지닌 코인이었다는 비판도 있고, 특정한 세력에 의한 고의적인 유동성 공격에 그 책임을 돌리는 시각도 있다. ‘폰지사기’, ’다단계’란 비난이 커지만 단 3일이라는 초단기간에 천재지변처럼 일어난 사태이기에,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원인진단과 진상파악을 하기엔 좀 더 시간이 걸릴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과 세계 투자자들의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 현재의 상황에 대한 책임을 테라-루나 코인 생태계를 설계하고 운영해왔던 주체들은 그 어떤 변명을 해도 피할 수는 없게 됐다.

사건이 발생했으니 진상파악과 책임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코인 상장부터 아예 걸러지거나, 위험요소가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시되는 제도적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또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이번처럼 사태로까지 발전하지 않도록 민관합동의 위기 대응 및 리스크 관리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교각살우의 우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쓰나미처럼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쓸어버릴 듯한 무분별한 비방과 규제강화는 한국의 디지털자산생태계를 영원히 갈라파고스화할지도 모른다.

이번 일이 터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과도한 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한국 디지털자산계의 인력과 자원의 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대선 과정에서 여야할 것 없이 과거와 달리 ICO허용 등 디지털자산업을 적극 진흥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지 않았던가. 냉온탕을 넘나드는 임시방편의 정책으로는 투자자를 보호할 수도,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도 없다.

디지털자산업은 전세계와 연결된 인터넷망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테라-루나사태에서도 보듯 루나 코인의 거래량은 해외거래소에서 이뤄진 거래량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내거래소 대 해외거래소의 거래금액비율이 1 : 99에 달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규제와 진흥의 황금비율을 찾아내지 못하면, 해외투자자들은 한국 디지털자산 생태계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고, 국내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엘도라도를 찾아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 명약관화하다. 간단한 클릭 한 번이면 정보든 돈이든 코인이든 유무형의 국부가 나라 밖으로 쉽게 빠져나가는 세상이다.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업의 등장과 발전과정을 보면, 2000년대 인터넷 시장의 발전과 유사하다. 벤처투자의 붐이 일어났고, 수많은 투자실패와 경제범죄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수많은 사회‧경제적 시행착오를 거쳐 정보유통서비스가 인터넷과 결합하여 저비용‧고부가가치의 ICT산업을 창출했고, 디지털 한국의 위상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세계시장에선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시장을 독점하는 테크자이언트가 탄생했다. 그러했듯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로보틱스,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3D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테크놀로지가 블록체인 및 디지털자산업과 융합하면 큰 자본 없이 작은 자본으로도 고도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루나-코인이 한국계였다는 이유로 지레 자승자박한다면 그 반사이익은 한국의 경쟁자들이 누리게 된다. 현재도 주요 선진국들은 디지털 경제의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한국은 IMF위기 때도 그러했고, 위기를 기회로 삼는 DNA와 에너지를 가진 역동적 사회다.

한국을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와 진흥의 황금비율을 갖춘 합리적이고 역동적인 시장으로 변모시키자. 이번 기회에 투자자 보호와 디지털자 산업 육성책을 겸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춰 세계의 투자자들이 그 어느 나라보다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자. 대한민국 미래의 경제주역들이 성공하여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기회로 삼자.

루나-테라사태를 한국디지털자산계의 갈라파고스화하는 위기로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디지털 한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점검과 도약의 기회로 만들 것인지 그 선택은 남이 아닌 우리의 결정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