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 중심지 서울 여의도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국제금융센터(IFC)를 4조1000억원에 인수하려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계획을 철회했다.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 자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어 투자금을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은 데다, 인수 자금의 절반 이상을 대출로 조달하려는 계획에 정부가 우려를 표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날 IFC를 보유하고 있는 브룩필드자산운용과 매입 협상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5월 4조1000억원에 IFC를 인수하기로 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이행보증금 2000억원을 브룩필드자산운용 측에 낸 상태다. 미래에셋 측은 이행보증금을 돌려받으려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국제분쟁 중재도 신청했다.
◇글로벌 금리 인상에 발목 잡혀
미래에셋 측은 당초 인수 자금 중 2조1000억원은 금융사 대출로, 2조원은 리츠(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를 설립해 조달하려 했다. 지난 8월 IFC 매입을 위한 ‘세이지리츠’를 설립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이 리츠의 “부채 비율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영업인가를 거부했다. 미래에셋 측은 다른 방식의 매입을 제안했지만, 브룩필드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매입 양해각서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IFC 매입을 위해 설립한 리츠의 영업인가를 전제로 우선협상 기간까지 영업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보증금 전액을 반환받는 조건이 있었다”며 “하지만 브룩필드 측은 미래에셋 측이 인가를 받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 이행보증금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전 세계 증시와 부동산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이번 인수 추진 과정에서 미래에셋이 자금을 끌어모으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3조원 안팎이었던 IFC 몸값이 급등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4조1000억원이라는 매입 가격이 너무 높아 기관 투자자들도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년 준공된 IFC는 오피스 3개 동과 콘래드호텔, IFC몰 등 부동산 5개로 구성됐다.
연면적은 50만6314㎡이고, 현재 딜로이트안진과 AIG, IBM코리아, CLSA, 소니 등 주요 다국적 기업들이 입주해있다. 다만 미래에셋이 4조1000억원을 모두 마련해 계약이 성사된다 해도 IFC 건물과 땅을 모두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IFC가 지어진 땅은 서울시 소유이기 때문이다. IFC 소유주는 매년 150억원 규모의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 2004년 AIG가 서울시와 토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 기간 50년에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해 추가 49년까지 더 할 수 있다. 임차 기간이 만료되는 2104년이 되면 토지와 건물을 서울시에 기부 채납해야 한다.
◇이행보증금 2000억원 어떻게 되나?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임차 기간이 아직 80여 년 정도로 많이 남아있기는 해도 수익성이 클수록 서울시에 내는 토지 사용료도 늘어나는 구조라 기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갈수록 사용 기한이 줄어들기 때문에 매각 차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도 부담”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미래에셋 측은 2조1000억원 규모로 받으려던 대출 금리를 당초 연 4.2% 정도로 예상했지만, 최근 4% 후반대로 상향 조정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치솟아 원화 값이 떨어지면서 GIC(싱가포르 투자청)와 APG(네덜란드연금) 등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급격하게 금리가 인상되고, 환율 변동성도 커져 양측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며 “양해각서는 본계약 이전에 실시하는 사전 업무협약으로, 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IB 당사자들 간의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전했다.
한편 미래에셋은 지난 2019년 9월 중국 안방보험이 보유한 미국 내 호텔 15개를 58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가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당시 미래에셋은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소송을 내서 계약금 5억8000만달러와 소송 비용을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