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賢人)’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대만 반도체 회사 TSMC의 주식을 5조원 이상 매수했다고 14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TSMC 주식을 매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뉴욕 증시에 상장된 TSMC의 예탁증권(ADR)을 약 41억달러(약 5조4000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버크셔는 3분기에 총 90억달러(약 11조9000억원) 정도의 주식을 매입했는데, 절반 가까운 46%를 TSMC에 투자했다. TSMC는 세계 1위 파운드리(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삼성전자 등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버크셔가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매입으로 TSMC는 버크셔의 주식 포트폴리오 중에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에 이어 열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버크셔 매수 소식에 TSMC ADR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6.3% 급등했다. TSMC는 3분기 영업이익이 약 1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하는 등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버크셔는 글로벌 증시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올 들어 3분기까지 총 660억달러(약 87조원)를 주식 매입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3배로 늘어난 것이다. 데이비드 카스 메릴랜드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버핏의 전형적인 투자 방식”이라면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시장을)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고, 다른 사람들이 욕심을 낼 때 두려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