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이하 마이크론)가 내년에 공급을 20% 줄이고 설비투자도 감축한다고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마이크론 주가가 6% 넘게 급락했고,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주들도 주식을 팔았다.
16일(현지 시각) 마이크론은 성명을 내고,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량을 2022년 회계연도 4분기(6~8월) 대비 약 20% 줄이겠다고 밝혔다. 내년 반도체 시장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재고량을 줄이기 위해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업계와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내년 신규 설비투자 지출도 줄일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월 실적 발표 당시 2023년 회계연도 설비투자 지출 규모를 30% 줄이겠다고 밝혔는데, 당초 계획에서 추가 감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발표 후 16일(현지시각) 마이크론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6.7% 하락 마감했다. 마이크론을 포함해 AMD, 퀄컴 등 반도체 관련 기업 30종목을 모아놓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4.26%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17일 서울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07% 하락한 6만1400원, SK하이닉스는 4.15% 급락한 8만7700원으로 마감했다.
통상 반도체 업계가 감산 계획을 밝히면 주가는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감산→재고 감소→단가 상승→실적 개선의 선순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례없는 금리 급등으로 경기가 빠르게 식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어서, 이번 감산은 오히려 반도체 경기 자체에 대한 불안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