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기업 ERM의 낫 바니치양쿨(Nat Vanitchyangkul) 아시아 CEO가 21일 서울 중구 ERM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상훈 기자

“신재생 사회간접자본(SOC), 2차전지, 에너지 저장기술 기업들은 계속 유망할 전망입니다.”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컨설팅사 ERM의 낫 바니치양쿨 아시아 대표는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상이변, 생물 다양성 손실 등을 막기 위한 시간은 10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는 공포 마케팅이 아니고 과학에 기반한 분석으로 UN(국제연합)·WEF(세계경제포럼)에서도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 배출량을 20~30% 줄이는 현재 목표로는 부족하므로 환경 기준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봤다. 환경 관련 기업들 주가는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ERM은 연매출 15억달러(2조원)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이 절반 이상(55%)인 세계 최대 ESG 컨설팅사다. 1971년 영국 런던에서 세워졌고, 현재 세계 3대 사모펀드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이 ERM 최대 주주다.

KKR 외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싱가포르투자청(GIC)이 ERM으로부터 자문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현대·SK·LG 등 대기업들이 고객이다. 한국이 ERM 글로벌과 아시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 10% 정도 된다.

이 회사는 화력 발전소 설립·운영 등에서 생기는 폐기물 처리 문제, 가스 수송관 설치 시 발생하는 생태 환경 변화, 공단 건설에 따른 원주민 이주 문제 등 다양한 ESG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했다.

글로벌 최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컨설팅사 ERM의 낫 바니치양쿨 아시아 대표는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재생 사회간접자본(SOC), 2차전지, 에너지 저장기술 기업들은 계속 유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태국 국적인 바니치양쿨 대표는 1997년부터 ERM에서 컨설턴트로 시작해 작년 10월 아시아 대표가 됐다.

기업들이 투자·개발할 때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야 하고, 그것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하는 국제 협의체(TNFD·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가 오는 9월 출범한다. 유엔개발계획(UNDP)·세계자연기금(WWF) 등이 참여하는 기구다.

바니치양쿨 대표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가 상세 지침 및 모범 사례를 내놨고, 이에 준해 기업들은 자연을 보존하며 사업을 추진하면 된다”면서도 “기업이 투자·개발을 하다보면 부정적 영향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해당 프로젝트 이외 다른 쪽에서 긍정적 영향을 발굴해 상쇄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예를 들어 인근 지역에 생태 공원을 조성하는 등으로 개발 이익을 되돌려주는 식이다.

그는 “글로벌 혁신 부문에서 한국 기업들 비중은 20%를 차지하는데 ESG 분야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며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대형 IT 기업)와 한국 대기업들과의 차이는 ESG에서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ESG에서 취해야 할 전략으로는 ‘양면(兩面)작전’을 제시했다. “유럽은 채찍(stick), 미국은 당근(carrot)을 내걸었습니다. 양대 경제권의 ESG 정책이 상이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양쪽을 모두 좇는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유럽은 ‘국경 간 탄소세(CBAM)’ 등 규제를, 미국은 작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보조금 지원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이를 각각 잘 활용해 시장을 뚫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