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직장인 윤모(37)씨는 시중은행에서 빌린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인터넷은행에서 다시 대출을 받았다.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시중은행 금리가 연 4%대 초반인 데 반해 인터넷은행은 우대 금리를 적용하면 고정형 대출도 금리를 연 3%대 후반까지 낮출 수 있었다. 기존 대출이 변동 금리형 대출이었던 것도 윤씨가 ‘대출 갈아타기’를 하는 데 영향을 줬다. 윤씨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수도 있다는 말에 금리를 묶어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이에 연동된 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금리를 묶어두는 고정 금리형 상품에 가입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6개월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가 변하는 변동형과 5년간 금리가 변하지 않는 고정형(혼합형) 상품이 있는데, 변동형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잡히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고정형 쏠림 현상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고정 금리 주담대 비율, 80%대로 증가
30일 국내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 따르면, 네 은행의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달 말(29일) 기준 평균 86.3%다. 고정형 비중은 지난 4월 87.2%까지 상승했다가 지난 6월 79.4%로 줄었고, 다시 두 달 만에 6.9%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4대 은행 중 세 곳이 이달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고정형 비중이 90%를 넘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형 비율도 73.7%로 전월보다 0.6%포인트 올랐다.
통상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변동형보다 높은 편이다. 금융 당국이 수년째 급증하는 가계 부채의 부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은행권에 고정형 비율을 높일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은행들이 향후 금리 인하기에 대비해 고정형 고객을 확보해 두고자 금리를 다소 낮게 책정한 영향도 있다. 올 상반기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고정형 금리는 변동형 금리보다 0.3~0.4%포인트 정도(금리 하단 기준) 낮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1~2개월 사이 고정형 비율이 부쩍 늘어나는 모습이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인터넷은행은 고정형 비율 증가세가 시중은행보다 가파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의 고정형 비율은 지난해 말 31.5%에서 올해 6월 말 77.5%로 6개월 사이 2배 넘게 늘었다.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달 말 고정형 비율이 86%까지 상승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고정형 수요 늘어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고정형 상품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시장금리 상승 추이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시장금리는 올해 들어 전세계적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나타나자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마무리하고, 금리 인하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에 크게 하락했었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이 목표치인 2%를 웃도는 3%대에서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는 등의 이유로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다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시장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고정형은 은행채 5년물 금리, 변동형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된다. 은행채 5년물 금리(무보증·AAA)는 지난 4월 말 연 3.941%까지 떨어졌다가 꾸준히 상승해 지난 29일 기준 연 4.326%를 기록하고 있다. 신규 코픽스도 지난 4월 연 3.44%로 저점을 찍고 반등해 7월에는 연 3.69%까지 올랐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은 얼마든지 고정형으로 갈아탈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빌린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갈아탈 때 중도 상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중도 상환 수수료가 부담스럽다면 같은 은행에서 고정형 상품으로 바꾸면 된다. 같은 은행에서 금리 조건만 바꾸면 중도 상환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상품에 따라 근저당권의 말소와 설정 등 변경이 필요하면 수수료가 나올 수 있다. 또 대출을 갈아탈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새롭게 산정하기 때문에 부채 상황에 따라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