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4)씨는 지난 22일 암 치료비 비례형 보험에 가입했다. 김씨는 “곧 판매가 중지된다고 해서 22일 일단 신청서를 내고, 서명은 이번 주에 했다”며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암 치료비를 보장해주는 보험이 더 이상 판매가 안 된다 하니 가입했다”고 했다.

금융 당국이 보험 상품에 문제가 있다고 판매를 규제하면 보험사들이 “마지막으로 가입할 기회”라고 홍보하는 이른바 ‘절판 마케팅’이 반복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고객을 유인하는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면, 지나친 경쟁이나 과잉 진료 유발 등을 이유로 당국이 규제하고, 판매 중단 전 보험사는 ‘막차를 타라’고 홍보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앞서 22일 금융감독원은 암·뇌·심혈관 질환 등 3대 질환 치료비를 비례형으로 지원하는 보험 상품에 대해 판매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했다. 비례형 특약은 가입자가 쓴 의료비를 구간별로 나누고 해당 구간의 보험금을 받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구간이 200만~300만원, 300만~500만원 등으로 나뉘어 있다면 250만원을 쓴 사람은 첫 번째 구간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받는 것이다. ‘500만원 보장’과 같이 보장 금액이 정해진 정액형 방식과 대비된다. 금융 당국은 이런 설계가 250만원을 치료비로 쓸 사람이 300만원을 쓰는 식으로 과잉 치료를 받도록 유인할 수 있다고 봐 규제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22일 이후 보험사들이 해당 보험에 대해서는 신규 가입을 받고 있지 않다고 알려졌다.

그렇지만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는 ‘이제는 두 번 다시 가입 안 되는 전설의 보험’, ‘지금이 XX보험 가입 타이밍’ 등의 홍보 글이 올라오며 절판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 관련 커뮤니티에는 ‘암 치료비 보험은 이제 가입 못 하는 것이냐’는 문의 글에 ‘비례형 대신 정액형은 가능하니, 정액형 가입을 돕겠다’며 정액형 보험으로 가입을 유도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절판 마케팅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험사들에 당부하고 판매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등 감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반복되는 절판 마케팅

이런 식의 절판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금감원이 1인실 입원비 보장 특약에 대해 지나친 경쟁을 하는 영업 방식을 지적했다. 보험사들이 1인실 입원 보장 금액을 하루 60만원까지 올리며 경쟁하자, 보험금 지급이 늘어 손해율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자 보험사들은 판매 중단 전 ‘조만간 보장 한도가 축소된다’ ‘상품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며 오히려 영업을 강화했고, 절판 시기도 8월까지 계속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4월 상품 개정을 앞둔 무·저해지 보험을 두고도 역대급 절판 마케팅이 나타날 것이란 말이 나온다. 무·저해지 보험은 해약 환급금이 없거나 적어 일반 보험보다 절반가량 저렴한데, 당국은 보험사들이 해지율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면서 보험료를 낮췄고 회계 부풀리기가 될 수 있다며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5~15%가량 올릴 것으로 보이며, “보험료가 오르기 전 가입하라”는 식의 마케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리스크 부메랑으로

보험사들은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보장 범위를 넓히며 경쟁하고, 당국은 판매 중단 등 제재에 나서는 일이 반복되면서 소위 ‘절판 마케팅’이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중단 전 가입하는 게 소비자한테 유리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단순히 없어진다고 가입하는 것이 아닌, 나한테 필요한 보장인지는 정확히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게다가 일부 보험 가입자가 과도한 보험금을 타가면서 다수 가입자는 향후 보험료가 올라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보험사들로서는 판매 중단 직전 고객 가입을 과다하게 유도하면서, 이후에는 오히려 관련 보험의 가입자가 줄어드는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도 있다.

금융 당국은 보장이 과다한 보험 개발을 제한하기 위해 지난 9월 3차 보험 개혁 회의를 열고 올 연말까지 보험 상품 개발 시 보장 금액 한도 산정 가이드 라인을 행정지도 형태로 마련하겠다고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