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發) 관세 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 값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환율이 출렁이면서 외화 예금 변동성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강달러 국면이 장기화된 가운데,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높아질 때마다 강달러 압력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화 예금은 고환율 시대 비교적 안정적으로 달러를 모아갈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달러 예금 전달보다 늘어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약 637억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633억8900만달러에 비해 3억1900만달러가량 늘어난 것이다. 한화로는 4600억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12월 말 큰 폭으로 늘었다가, 1월 소폭 감소한 뒤 다시 증가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상황 자체가 불확실하다 보니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환율 불확실성이 커지면 수출입 기업들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헤지하고, 예비용 자금 확보를 위해 달러를 예치해 두는 경우가 많다.
은행권의 달러 예금 잔액이 늘어난 데는 개인들의 수요가 몰린 영향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달러 가치가 계속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달러 예금은 예금 이자와 함께 저축한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또, 달러 예금은 미국 기준금리(연 4.25~4.5%)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은행 원화 예금보다 금리가 높다.
◇환차익, 세금은 없지만 수수료
강달러 기조 아래 장기간 꾸준히 달러를 모을 생각이라면, 정기 예·적금이 유리하다. 연 4% 수준의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고, 환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다. 대신 원화예금과 같이 이자에는 15.4%의 이자 소득세가 붙는다.
현재 시중은행의 달러 정기예금 금리는 12개월 만기 기준 연 3% 후반~4%대 수준이다. 원화 정기예금 금리에 비해 1%포인트가량 높다. 일반적으로 외화 정기예금은 가입 기간이 1일~24개월가량이고, 가입 금액에는 제한이 없다. 예치 기간별로 다른 금리를 적용해 확정 금리를 제공한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음을 감안하면, 금리가 고정되는 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환차익을 노린다면, 세금은 없지만 환전 수수료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달러를 살 때와 팔 때 환전 수수료가 붙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제외하면 가입 당시보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2% 이상 올라야 수익이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환율이 가입 시점보다 떨어질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장단점 따져봐야
시중에 다양한 외화예금 상품이 나와 있는 만큼, 상품별로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4일 기준 거치 기간 3개월 이상의 외화 정기예금 금리가 연 4% 수준이라,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만기가 3개월일 경우 연 4.01%, 6개월의 경우 연 4.06%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의 ‘KB TWO테크 외화정기예금’은 가입자가 설정해둔 환율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예금을 해지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준다. 만기(1·3·6개월)에 따라 연 3.8~3.9%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데, 이렇게 환전할 경우 중도해지이율이 적용돼 이자 수익은 대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목표 금액에서 환차익을 바로 실현하는 데는 유리하다.
하나은행의 ‘하나 밀리언 달러 통장’은 금리가 연 0.1%에 불과하다. 대신 하나은행과 제휴한 증권사를 통해 증권 계좌로 외화를 직접 이체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계좌에 연결된 카드를 통해 필요 시 외화를 바로 결제할 수 있다는 점도 편리하다.
인터넷 은행들은 환전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 강점이다. 토스 외화통장은 달러 외에도 일본 엔화, 유럽 유로화 등 17국 통화를 100% 우대 환율로 환전해 예치할 수 있다. 다만, 현재 금리는 0%다. 카카오뱅크도 작년 환전 수수료가 없는 ‘달러박스’를 출시했다. 이 역시 이자는 붙지 않아 환차익만을 노리면서 외화를 모을 경우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