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치권이 천문학적 규모의 국방·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10년 만기 독일 국채(분트) 금리가 하루 10% 넘게 폭등했다. 국방 투자를 위해 국채 발행량을 늘리면 국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자들이 미리 분트를 내던진 것이다.

6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분트 금리는 4일 연 2.4~2.5%에서 5일 장중 30bp(1bp=0.01%포인트) 급등한 연 2.79%까지 치솟았다. 세계적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분트 금리가 하루 10% 넘게 오른 것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수천억 유로에 달하는 국방·인프라 투자를 위해 역사적인 지출을 단행했던 199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연립 정부 구성을 협상 중인 독일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은 향후 10년간 5000억유로(약 78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특별 기금을 편성하고 국방비는 기본법(헌법)에 규정된 부채 한도(0.35%)를 적용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4일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차기 독일 정부의 개헌안이 독일 연방 의회를 통과하면 중기적으로 분트 금리가 연 3.7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놓고 대서양 동맹이 파열되면서 유럽 각국이 군비 증강에 나선 가운데, 독일 국채 금리 폭등은 유로존 주요국 국채 금리도 밀어 올렸다. 이날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10bp 이상 급등했다. 유럽연합(EU)도 이날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 한도를 완화해 최소 8000억유로(약 1246조원)의 방위비를 동원하는 일명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