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상 자산을 띄우기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략 자산으로 비축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9만4000달러 선으로 급등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8만달러 선도 위태로운 처지가 됐다. 가상 자산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출렁였던 지난해와 달리, 미국의 각종 경제 지표가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가상 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8만126달러까지 떨어졌다. 전날보다 7%, 일주일 전인 지난 2일(9만4000달러)보다는 15%나 하락한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비트코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작년 11월 이후 6만달러에서 같은 해 12월 10만9000달러까지 급등했지만,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에는 기세가 꺾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 자산을 거의 언급하지 않은 대신 관세에 힘을 쏟자, 지난달 말 비트코인 가격은 7만800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일 “바이든 행정부의 공격 이후 위기에 빠진 가상 자산 산업을 격상시킬 것”이라며 비트코인 등 5종류 코인을 전략 비축하겠다고 했다. 전략 비축이란 원유, 희토류 같은 원자재를 위기 상황에 대비해 미국 정부 차원에서 미리 사서 쌓아두는 것이다. 비트코인도 원유처럼 정부가 집중적으로 사들일 것이라는 기대감에 비트코인 가격은 단숨에 9만4000달러 선으로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호재는 오래가지 않았다. 4일 중국이 미국의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 등에 대한 관세를 15% 인상하는 방안 등을 발표하자 다시 8만2000달러 선으로 내려왔다. 이후 잠깐 반등했다가, 10일 중국의 대미 관세가 정식 적용되고, 이로 인한 미국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자 다시 하락했다.

이에 가상 자산 시장에서는 코인 관련 정책보다는 물가, 고용 등 각종 거시 경제 상황이 시장에 더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금융 기술 기업 센트리퓨즈의 일라이 코언 법률고문은 “지금은 미국의 각종 거시 경제 관련 힘이 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가상 자산 시장에 호재가 있어도 이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가상 자산 분석가 노엘 애치슨도 “비트코인에 대한 전략 비축 발표 이후에도 비트코인이 침체한 것은 거시 경제에 대한 우려가 가상 자산을 얼마나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비트코인이 여전히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다 보니 각종 위기에 취약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자산은 시장이 흔들리고 불확실하면 위험 자산으로 간주된다”며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거나 관세가 오르고, 경제 성장에 대한 위협이 생기면 타격을 입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