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중소 벤처기업 자금 지원을 위해 출범한 ‘정책형 뉴딜펀드’가 4년 만에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결실을 거둘 전망이다. 뉴딜펀드 자금 140억 원을 유치한 토종 팹리스 스타트업 ‘퓨리오사AI’가 1조 원 이상 몸값을 인정받으며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와 대만 TSMC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등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퓨리오사AI의 성장은 정부의 정책성 자금 지원과 민간 투자사의 협력이 결합된 값진 성과로 평가된다.

정부는 지난 2021년 미래 핵심산업 성장을 위해 대규모 정책형 뉴딜펀드를 출범시켰다. 이 펀드에는 AI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차세대 반도체 분야 재원이 포함됐다. 뉴딜펀드의 자금 배분 역할을 맡은 한국성장금융은 해당 재원을 운용할 투자사로 아이온자산운용을 선정했다. 보통 딥테크 분야의 투자는 벤처캐피탈(VC)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례적으로 자산운용사가 선택된 것이다.

아이온자산운용은 기술 기반 혁신·벤처기업 비상장 투자에 특화된 투자사로, 자산운용사 중 벤처기업 투자 규모가 가장 크며 뛰어난 성과를 달성해왔다. 대형 VC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성공적인 벤처기업 투자 실적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다른 투자사들을 제치고 1호 운용사로 선정됐다.

아이온자산운용은 팹리스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를 투자 대상으로 낙점했다. 당시 국내 AI 반도체칩 개발 업체 대부분은 영세한 중소기업에 불과했다. 그간 메모리 반도체 육성에만 몰두해 온 한국에서 고도의 창의적 기술력이 필요한 AI 반도체 칩의 경쟁력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수조 원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AI 반도체 솔루션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력 확보에 실패한 사례에서도 그 어려움이 드러난다.

이처럼 척박한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환경에서도 아이온자산운용은 퓨리오사AI에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 우선 아이온자산운용은 2021년 뉴딜펀드 재원으로 ‘아이온 필로스 펀드’를 통해 140억 원을 투자했다. 이후 두차례에 걸쳐 2023년 ‘아이온 셀레네 펀드’ 75억 원, 2024년 ‘아이온 크레타 펀드’ 80억 원 등 총 300억 원 가량을 퓨리오사AI에 투자하며 성장을 지원했다. 재무적 투자자중 금액 기준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해 온 것이다. 아이온자산운용 퓨리오사AI 투자담당 문창호 본부장은 “아이온자산운용은 투자에만 그치지 않고 IPO 주관사 선정, 해외 자금 조달 추진, 최근 메타와의 M&A에 대해서도 자문을 제공하며 퓨리오사AI의 경영 활동을 적극적으로 조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퓨리오사AI 투자를 책임지고 있는 김우형 아이온자산운용 대표는 “AI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은 초기 단계부터 정부의 산업 정책적 접근이 필수적이지만 그동안 정책 자금 지원 정도에 그쳐왔다”며 “미국의 ‘스타게이트’나 중국의 ‘AI 굴기’처럼 AI 인프라 확충 등 AI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산업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이온자산운용 퓨리오사AI 투자담당 본부장 문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