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첫날인 31일 공매도가 집중된 타깃은 이차전지 업종이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사서 갚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자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날 공매도 허용은 2023년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 후 약 17개월 만이다. 그런데 당시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가 부분 허용돼 있었기 때문에 모든 상장 종목에 공매도가 허용되는 건 2020년 3월 이후 5년 만이다.

이날은 공매도 불안감에 더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우려까지 겹쳐 국내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3%, 3.01%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공매도 거래 금액은 1조7284억원이었고, 외국인이 1조5434억원으로 90%를 차지했다. 공매도 금지 직전 거래일인 2023년 11월 3일과 비교하면 공매도 거래 금액(7720억원)은 1조원 가까이 늘었고, 외국인 공매도 거래 대금(5450억원)은 3배로 늘었다.

◇대차잔고 많던 이차전지주 줄줄이 급락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차전지주가 재개되는 공매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이차전지주에 대한 대차잔고가 늘었기 때문이다. 대차잔고는 주식을 빌린 물량인데 공매도를 하려면 주식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공매도의 선행 지표로 간주된다.

그래픽=이진영
그래픽=이진영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대차 잔고 금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절반인 5개가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삼성SDI 등 이차전지 관련 종목이었다. 예상대로 공매도 재개는 이차전지주에 ‘직격탄’이 됐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이 6% 넘게 하락한 것을 비롯해 에코프로(-12.59%), 엘앤에프(-7.57%), 포스코퓨처엠(-6.38%) 등 주요 이차전지 종목들이 폭락세를 보였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이차전지 업종이 고평가돼 있다고 본 것이다. 높은 미래 성장 기대감으로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 높아 공매도에 취약한 제약·바이오 업종도 이날 줄줄이 하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34% 하락했고, 셀트리온제약(-4.72%), 셀트리온(-4.57%), HLB(-3.67%) 등도 큰 폭 하락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잔고가 평균 수준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면서 “최근 대차 잔고가 증가했거나 외국인 지분율이 상승한 종목에 대해선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기 충격 불가피, 장기적 긍정” 전망도­

이날 주식 시장은 복합적인 악재로 충격을 받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매도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시점에 관세 이슈가 겹치면서 매도 명분이 생겼지만,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매도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과거 세 차례의 공매도 재개일 당시 코스피 등락률은 각각 +1.38%(2009년 6월 1일), -4.94%(2011년 11월 10일), -0.66%(2021년 5월 3일)로 갈렸다. 하지만 공매도 재개 이후 3개월이 지난 뒤 코스피는 모두 상승했다. 2009년에는 14.7% 뛰었고, 2011년과 2021년엔 10.0%, 2.84%씩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09년과 2021년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며 “수급 변화에 따른 단기 등락은 있겠지만, 외국인 순매수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추가 상승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실제로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한국의 공매도 재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티그룹은 이달 초 코스피 목표치를 4% 상향 조정하며 “공매도 금지 해제를 코스피 상승의 촉매제로 보고 있다”면서 “외국인 투자 유입으로 유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스위스의 픽텟 자산운용을 비롯한 여러 해외 금융회사가 공매도 재개 이후 한국 주식을 더 많이 사들일 계획”이라면서 “아문디 자산운용은 공매도 재개 이후에도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