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퇴직연금을 로보어드바이저(RA)가 직접 굴려주는 일임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비싼 수수료율이 도마에 올랐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이 자체 개발했거나 전문 업체와 손잡고 내놓은 개인형퇴직연금(IRP) RA 일임 서비스는 수수료가 ‘기본형’과 ‘성과형’으로 이원화돼 있다. 연금 평균 잔액에 부과되는 기본 수수료율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0.25~0.588% 수준이다.

문제는 성과 수수료율이다. 지금까지 나온 서비스 중에는 수익금의 8%(미래에셋자산운용)가 가장 낮고, 최고 10%(삼성자산운용)까지 있다. 삼성증권이 디셈버와 손잡고 내놓은 서비스의 경우 기본형 또는 혼합형(기본 수수료+성과 수수료 3.5%) 방식이다. 금융 당국은 소비자가 가입 때 두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회사원 권모(46)씨는 “이제까지 퇴직연금 성과가 잘해야 연간 2~3% 수준이었는데, 이 정도 수수료를 낼 만큼 좋은 성과를 내줄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IRP 계좌에 1년 세액공제 한도인 900만원을 꽉 채워서 넣은 후 만약 10%의 수익이 나면 성과 수수료 지급 방식을 택한 가입자는 최고 9만원을 내야 한다. 수수료는 퇴직연금 계좌와 연결된 본인 계좌에서 매년 빠져나간다.

각 운용사는 “성과 수수료 방식은 수익이 나지 않으면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데다, 알고리즘 개발비 등 각종 비용을 감안할 때 이 정도 수수료는 합당하다”고 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과도한 수수료를 떼가면서도 성과가 낮으면 결국 외면받지 않겠나”라며 “시장 원리에 따라 수수료율은 자연 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