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정책과 1분기(1~3월)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금융주에 훈풍이 불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금융지주·은행주 10개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는 이달 들어 이날까지 4.06% 올랐고, 상장 증권사 11종목으로 구성된 KRX 증권 지수는 7.4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73%)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도드라진다.

국내 최대 금융지주인 KB금융은 14~23일 8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하는 등 이달 들어 9.62%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4.89%), 하나금융지주(4.03%), 우리금융지주(1.88%) 등도 모두 상승세였다. 제주은행은 제4 인터넷 전문 은행에 도전장을 냈다가 철수한 IT(정보 기술) 기업 더존비즈온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디지털 부문 강화 기대감에 지난 18일에만 28% 넘게 급등하는 등 이달 들어서 50% 가까이 올랐다. 증권사 주가도 강세다. 이달 들어 미래에셋증권이 13.63% 상승한 것을 비롯해 유안타증권(13.33%), 유진투자증권(12.1%) 주가도 10% 이상 올랐다.

그래픽=이진영

◇잇따른 주주 환원책에 호실적까지

주요 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KB금융은 1분기 전년 같은 기간(1조420억원) 대비 62.9% 급등한 1조697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도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6%, 9.1% 늘어난 1조4883억원, 1조127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들은 모두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시중 유통 물량을 줄여 주가에 호재인 자사주 매입·소각은 이어지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2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자사주를 5199억원어치 사들였으며 다음 달 이를 소각할 예정이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도 각각 5000억원, 4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최정욱 하나은행 연구원은 “양호한 실적 등 견고한 펀더멘털과 더불어 밸류업 기대감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소각엔 증권사도 동참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월 총 1369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으며, NH투자증권도 지난달 총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해외 주식 거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증권사들의 관련 수수료 수익도 늘어 실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영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대형 증권사의 국내 부문 수수료 수익은 작년보다 2.4%가량 줄어들겠지만, 해외 부문 거래 수수료 수입이 15.4% 늘어나 전체 거래 중개 수수료 수입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수혜 기대감도

금융위원회는 최근 태스크포스를 꾸려 위험가중자산(RWA) 제도 개선 검토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자산 가중치를 낮춰서 은행 등의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인데, 위험가중자산이 줄면 자기자본비율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건전성이 높아져 자사주 매입, 배당 등 은행의 주주 환원 여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최정욱 연구원은 “관세 충격 대응을 위한 기업 대출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금융 당국의 위험가중자산 제도 개선은 밸류업 정책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의 경우 신사업을 통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이 올해 하반기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 사업 신규 인가를 내주게 되면 증권사들이 이를 통해 자금 운용의 폭이 커져 추가 수익을 올릴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호 관세와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외국인의 은행주 매도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면서 “고환율도 투자 매력도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라고 했다. 박 연구원은 증권업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증권사 국고채 입찰 담합 제재 관련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만일 기관 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신사업 진출이 5년간 금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