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코로나 사태에도 올 3분기 최근 2년 사이 가장 높은 영업이익 12조3000억원(잠정)을 달성했다. 잠정 매출은 66조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65.98조원)에 육박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매출액이 1년 전보다 6.45% 늘어난 66조원, 영업이익은 58.1% 늘어난 12조3000억원을 달성했다고 8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에서 12조원을 넘긴 것은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영업이익률은 18.6%로 올 상반기(11.6~15.4%)보다 개선됐다.
지난 2분기 실적과 비교해서도 매출은 24.6%, 영업이익은 59.92% 늘어난 성적이다. 이번 실적은 당초 증권가에서 예상한 10조~11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다. 삼성전자가 코로나 사태에도 첨단 기술력과 신제품으로 시장에서 선전하며 몸집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가전이 이끈 호실적
3분기 호실적을 이끈 건 스마트폰(IM)과 가전(CE) 사업이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로나로 인한 서버와 클라우드 수요 증가로 반도체 사업이 실적을 견인했지만, 하반기엔 스마트폰과 가전 신제품들이 흥행하며 이익을 크게 늘렸다.
이날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3분기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 영업이익이 6조원, 스마트폰 사업 영업이익이 5조원, 가전 사업 영업이익이 1.3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출시한 갤럭시노트20과 갤럭시 Z폴드2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판매량이 늘었다.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출하량은 각각 8000만대, 100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마케팅 활동이 줄면서 비용이 대폭 절감된 측면도 크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전 판매도 크게 늘었다. 업계에서는 3분기 삼성전자 가전 사업 영업이익이 지난 2분기보다 2배 가까이 늘었을 것으로 본다. ‘그랑데 AI’ 세탁기, 건조기와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 등이 특히 많이 팔렸다.
반도체 사업은 지난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D램 가격이 하락하고, 서버 D램 판매가 부진하지만 중국의 화웨이가 재고를 싹쓸이하며 3분기 반도체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스마트폰과 TV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는 여전한 불확실성. 수요 줄까 우려
3분기 높은 이익을 거뒀지만 삼성전자는 웃지 않고 있다. 4분기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태이고 ‘보복 소비’ 수요도 4분기부터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반도체 사업 환경은 올 4분기 어두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재로 전체 매출 중 3.2%(7조3700억원)을 차지했던 ‘큰손’ 화웨이와의 거래가 중단됐고, 화웨이를 대체할 거래선을 확보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서버 업체들이 인텔의 새로운 CPU(중앙처리장치) 출시를 기다리며 서버 증설을 늦추고 있어 반도체 수요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D램 익스체인지는 “4분기 서버 D램 가격 하락폭을 13~18%로 예상한다”고 했다.
스마트폰 사업도 3분기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라이벌인 애플이 10월 첫 자사 5G(5세대 이동통신) 폰인 ‘아이폰12’를 출시한다. 가전 사업에서도 2~3분기에 걸친 ‘보복구매심리’가 사그라들며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