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우버와 손잡고 국내 이동·물류서비스(모빌리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한국 시장에서 택시호출과 대리운전, 킥보드·자전거, 주차까지 모두 한 가지 앱으로 아우르는 이른바 ‘올인원’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SK텔레콤은 이러한 모빌리티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 더 나아가 미래 서비스 파트너를 우버를 통해 얻고, 우버는 한국에서 실패한 차량공유 사업을 SK텔레콤이라는 강력한 로컬 파트너와 함께 재진출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자사의 T맵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분사시켜 모빌리티 서비스 전문 회사로 만들고, 이와 별도로 T맵 택시를 기반으로 차량호출 사업을 하는 합작기업(조인트벤처·JV)을 우버와 함께 만들게 된다. 우버는 이들 기업에 각각 5000만달러(575억원)와 1억달러(1150억원)를 투자한다.
◇티맵 모빌리티와 SKT-우버 합작회사 별도 출범
SK텔레콤은 15일 이와 같은 내용의 ‘모빌리티 전문 기업 설립안’을 의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T맵 길안내 앱을 중심으로 T맵 택시와 T맵 대중교통, T맵 주차 등의 서비스를 운영해 온 모빌리티 사업단을 분사(물적분할)해 연내에 가칭 ‘티맵 모빌리티 주식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임시 주총은 11월 26일 열리고, 12월 29일 실제 분할이 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티맵 모빌리티는 (SK텔레콤과) 완전히 독립적인 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의 개발·제공과 국내·외 유력 업체와의 협력과 투자 유치를 발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첫 단계로 SK텔레콤은 미국의 모빌리티 전문기업 우버와 손을 잡았다. 우버는 새로 출범하는 티맵 모빌리티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주요 주주로 등극할 예정이다. 더불어 티맵모빌리티와 우버가 합작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가 SK텔레콤의 택시호출 서비스인 T맵 택시 서비스를 운영토록 한다.
이 JV는 내년 상반기에 설립 예정으로, 우버는 1억달러를 투자한다. SK텔레콤은 “우버와 합작 설립하는 JV는 티맵모빌리티가 보유한 T맵 택시 네트워크와 지도 데이터, 차량 통행 분석 기술에 우버의 전 세계적 운영 경험, 플랫폼 기술을 합쳐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티맵 모빌리티는 우버와 함께 렌터카, 차량공유, 택시, 단거리 이동수단(전동킥보드, 자전거 등), 대리운전, 주차 등을 모두 묶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올인원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독형 모델로 내놓을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장기적으로 5G(5세대) 이동통신과 AI(인공지능) 기술, T맵의 지리정보를 결합해 최적의 하늘길을 설정해 주는 ‘플라잉카 내비게이션’과 플라잉카를 위한 지능형 항공 교통관제 시스템 등에도 도전한다”면서 “2025년까지 티맵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4조5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 격랑일 듯
SK텔레콤이 우버와 손을 잡으면서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는 격랑이 일 전망이다. 현재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타다’를 내세운 차량공유 모델이 기존 택시사업자들의 반대로 실패한 이후, 차량 임대 모델을 기반으로 한 카풀이나 단거리 버스 공유 서비스 등이 일부 운영되고 있고, 나머지는 택시호출 서비스를 중심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택시가 80%에 이르는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T맵 택시가 2018년부터 택시비 할인 등 과감한 마케팅으로 시장 확대에 힘써왔지만, 여전히 시장점유율은 2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SK텔레콤은 이런 상황에서 우버와 손잡음으로써 전체 시장 상황을 일거에 반전할 계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버의 브랜드와 글로벌 서비스 운영 노하우가 만나면 충분히 카카오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버는 최근 국내에서 확산하고 있는 킥보드와 자전거 공유 등 단거리 모빌리티 서비스를 차량호출 서비스와 결합해 운영해 온 경험도 있어, SK텔레콤이 노리는 ‘올인원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이는데도 최적의 파트너라는 말이 나온다.
우버는 지난 2015년 일반 승용차를 이용한 우버X 차량 공유 서비스가 한국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판정을 받으면서 한국 내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접었고, 지난해에는 배달의형제와 쿠팡이츠 등에 밀려 음식배달 서비스(우버이츠)까지 손을 뗀 상태다. 업계에서는 “우버가 SK텔레콤과 손잡고 모빌리티는 물론 음식·택배 배달까지 모두 한 앱으로 할 수 있는 막강한 앱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