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삼성디스플레이가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미국 상무부로부터 중국 화웨이에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할 수 있도록 수출 허가를 받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9월 초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수십종에 대한 수출 신청을 제출했고, 최근 그 중 일부인 몇 개의 모델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국내 IT기업들이 모두 상무부에 신청서를 넣은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가 먼저 수출 허가를 얻어낸 것이다.

◇미국, 첫 스마트폰 부품 수출 허가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수출 제한이 정식 발효되는 9월 15일을 앞두고 수출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미국 상무부측은 “이르면 연내 공급 허용 여부를 알려주겠다”고 답했는데, 약 2달만에 허가가 나온 것이다. 이번 수출 허가는 미국 인텔과 AMD가 지난 9월 말 PC와 노트북 제조에 필요한 반도체 부품 수출을 허가한데 이어 처음으로 스마트폰용 부품에 대해서도 제재를 완화한 조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OLED 패널 시장의 1위 제조 업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전에는 스마트폰 OLED 패널 연간 출하량의 10% 정도를 화웨이에 수출했다. 금액으론 1조 5000억원~2조원 규모다.

◇화웨이, 살아남기 어려워

다만 이번 상부무의 허가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즉각적인 매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및 대만 TSMC 등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반도체 제조업체의 수출 제재가 풀리지 않아 패널을 수입할 수 있어도 화웨이가 스마트폰 사업을 다시 회복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수출금지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 미국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진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할 경우 미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첨단 장비 부품 중에 미국의 기술을 쓰지 않는 제품은 없기 때문에, 사실상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은 최근 공개한 ‘메이트40’ 이후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기 어려워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5G(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제외한 부품에선 제재를 완화하려는 분위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처럼 부분적으로 제재가 완화되더라도 핵심 부품인 반도체가 조달되지 않는다면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은 결국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